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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과 인플레 사이…복잡해진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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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물가 압력 완화가 재확인됐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긴축 고삐를 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 기준 금리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근원 물가 압력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온 ECB는 은행 부실화 공포 확산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위험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30일(현지시간)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3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예비치가 7.8%로, 전월(9.3%)보다 크게 하락했다고 독일 통계청이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7.5%)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2월 19.1%에서 3월 3.5%로 급락한 영향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5.7%로 전월(5.4%) 대비 높아졌다. 근원 물가 향방도 긍정적이지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인 마틴 에데머는 "유럽 경제 대국의 근원 물가 압력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근원 CPI가 올 여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근원 물가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ECB가 다음 회의 때도 긴축 고삐를 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의 실비아 아르다냐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는 여전히 끈적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는 5월 통화정책회의 때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를 연 0%로 유지해온 ECB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앞선 회의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회의 전날 미국발 은행 부실화 공포가 유럽까지 번지면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의 파산설이 확산됐지만, ECB는 인플레이션 진화에 더 무게를 두고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로존의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주요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캐나다·영국 등과 달리 유로존은 아직 긴축 사이클 후반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유로존의 기준 금리 인상이 주변국 대비 늦었던 영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사례로 보면 근원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확인하는 시점에 1차 방향 전환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시장은 오는 3분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블룸버그는 "근원 인플레이션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긴축 종료 시점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금융불안과 인플레 사이…복잡해진 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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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 중견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유럽 대형은행과 미 증권사로까지 급속하게 번지는 '뱅크데믹(은행+팬데믹)' 공포가 확산되면서 통화 긴축 고삐를 쥔 ECB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글로벌 금융권 혼란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은 ECB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을 급격히 키웠다. 피터 카지미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최근 "고금리 속 금융 혼란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실제 위험'이 상존한다"며 "ECB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ECB 내부에는 이번 사태가 유로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가정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금융 안정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난제 속 일단은 물가 안정에 치중하기로 한 것이다. ECB 집행위원 중 가장 매파적 인물인 이자벨 슈나벨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고 끈적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물가 압력 완화에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 내에서 중립적으로 평가받는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조차 "금융 긴장이 경제를 위축시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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