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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상생과 압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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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상생과 압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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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억지로 자기에게 이롭도록 꾀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만간 업무협약(MOU)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손해보험업계와 중소 자동차 정비ㆍ부품 유통업계 간 '상생협력' 추진 과정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사자성어다. 상생은 서로가 만족하자는 취지이지만 중기부가 추진하는 이번 협력 방안의 경우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도 든다.


차 정비ㆍ부품 유통업계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손보업계의 차량 보험 수리 비용 지급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청했다. 이전에도 꾸준히 건의한 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 보험 수리 시 견적서 발행 후 수리를 진행한다. 수리 완료 후 손보사에 정비요금(부품 가격+정비 공임)을 청구하면 손보사는 손해사정을 실시해 최종 지급액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최종 지급액은 정비업체의 청구 금액보다 삭감돼 지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당시 이 자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보업계를 설득해 곧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의 스토리를 설명했다. 취임했을 때만 해도 중기부 직원이 손보협회를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본인이 (만류하고) 상생협력 차원에서 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박종찬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도 손보업계와 상생협력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거의 근접한 단계에 왔다고 설명했다.


차 정비ㆍ부품 유통업계의 주장으로만 보면 손보업계는 소위 '나쁜 집단'이다. 하지만 손보사가 갑의 위치가 아닌데 나쁜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상생 운운하는 게 황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중기부에 설명했지만 차 정비ㆍ부품 유통업계가 을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압박(?) 같은 분위기가 이번 MOU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험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정비요금(표준 작업시간과 공임 등을 포함한다)에 대해 조사ㆍ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한다. 손보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정비업체에 적정 정비요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올해 들어 주요 손보사 4곳을 대상으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관련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다며 현장검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업계의 반대로 거부당한 바 있다.



중기부가 중소 자동차 정비ㆍ부품 유통업계 편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될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처지를 서로 바꿔 생각한다는 뜻이다. 곧 체결 예정인 MOU가 진정한 상생인지 중기부가 손보업계의 처지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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