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배열 정밀 제어로 격자 뒤틀림 해소…장비 소형화·센서 고정밀화 기대
단일 칩에서 단파장과 중파장 적외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듀얼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로 다른 파장을 내는 반도체를 한 구조에 집적할 때 발생하는 격자 불일치 문제를 원자 수준에서 제어한 성과로, 차세대 적외선 센싱·이미징 기술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NRF)은 이상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박사 연구팀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대학과 공동으로 화합물 반도체 내부 원자 배열을 정밀 제어해 단일 칩에서 단파장(1~3㎛)과 중파장(3~5㎛) 적외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LED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단일 집적형 다중 대역 LED의 모식도 및 방출 파장. 단일 집적형 다중 대역 LED는 서로 다른 파장을 내는 두 개의 다중 양자 우물을 적층한 구조로, 2.87㎛와 3.18㎛ 적외선을 동시에 방출한다. 그림 설명 및 제공 : 전병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차세대화합물반도체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지난 1월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격자 불일치 한계 넘어…'다중 대역' 첫 구현
기존 적외선 LED는 통상 단일 대역에서만 빛을 방출했다. 서로 다른 파장을 구현하려면 다른 반도체 물질을 적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격자 상수 차이로 인한 결정 결함과 균열이 발생해 발광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중파장 적외선에 주로 쓰이는 인듐-비소-안티모니(InAsSb) 소재에 다중 양자 우물(MQW) 구조를 적용하고, 여기에 양자 장벽 설계와 응력 공학을 결합했다. 특히 안티모니(Sb) 도핑을 통해 원자 결합 길이와 각도를 미세 조정함으로써 국소 응력 에너지를 낮추고 격자 뒤틀림을 완화했다.
원자 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분석과 AI 기반 원자 시뮬레이션 결과, 도핑을 통해 전위와 점 결함 밀도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양자 구속 효과가 강화돼 단일 LED에서 두 파장의 동시 발광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실제 구현된 소자는 2.87㎛와 3.18㎛ 파장에서 각각 14μW, 30μW의 출력으로 동시에 발광했다. 연구팀은 양자 우물 두께와 안티모니 조성에 따른 방출 파장과 응력 에너지를 최적화한 '제조 가능성 지도'를 개발해 2.63㎛와 3.34㎛ 대역에서도 동시 발광 소자를 추가 제작했다.
바이오·환경·국방까지 확장
단일 장치에서 복수 파장을 동시에 구현함에 따라 장비 소형화와 비용 절감, 신호 동기화 문제 해소가 기대된다. 특히 바이오 진단, 환경 가스 분석, 스마트 공정 센서, 자동차 라이다(LiDAR), 군사 감시 장비 등 다중 대역 적외선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전병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일 LED에서 여러 파장이 안정적으로 발광하려면 각 대역의 세기와 품질을 정밀 제어해야 한다"며 "고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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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과는 원자 수준 구조 제어를 통해 반도체 광소자를 예측 가능하게 설계할 수 있음을 국제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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