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주축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이창(宜昌), 충칭(重慶), 청두(成都), 라싸(拉薩) 등 중국 서부지역을 찾았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한 서부대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투자환경을 살피는 게 목적이었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몰려가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너나없이 환대했다. 이창은 당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싼샤(三峽)댐을 비롯해 387개의 수력발전소가 기업들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한다는 점을 내세웠고, 청두는 IT산업 단지에 한국 기업들이 입주하기를 요청했다.
사절단에 참여했던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중국 관료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휴일을 잊었다"고 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중국 관료들의 모습은 1970년대 후반의 우리 공무원들 모습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사절단에 참여한 기업인은 "경제성장을 갈망하는 열정을 봤다"고 했다. 기업인들의 눈에는 중국 관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각인된 듯했다. 한국을 뒤쫓던 중국은 이제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관료들의 기여가 컸다. 개방 초기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급급했던 중국 정부는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농민공(農民工)'으로 불리는 값싼 인력을 끊임없이 공급했다. 주요 대학에서는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맞춤형으로 배출했다. 이런 정책들은 많은 인민의 희생을 담보로 했지만 국가 전체로는 매우 효율적인 성장전략이 됐다. 이 전략을 주도적으로 끌고 간 이들이 공산당 소속의 관료다. 한국이 1960~1980년대 산업화를 일궈냈던 시절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24시간 일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직원들이 월평균 62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해왔다. 다른 국가공무원의 3.7배나 많은 수치다. 재난·재해 업무가 많은 경찰청(2024년 기준 29.8시간), 소방청(25.4시간)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협상 등으로 일이 몰렸던 지난해 7월에는 초과근무 시간이 69시간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이에 대해 "고위 공직자 손에 국가 운명이 달려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좋지만, 지금은 위기 비상 상황이다. 모든 시간을 갈아 넣어도 부족할 정도다. 잠시 어렵더라도 잘 견뎌내시기를 부탁드린다. 민생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 신발 끈을 더 조여 매야겠다"고 했다.
'일하는 청와대'는 국민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청와대의 분위기에 따라 전체 공직사회의 긴장감이 달라진다.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국민혈세를 축내는 공무원에게는 냉혹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 공무원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정한 자율권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다 생긴 실수에 대해서는 과도한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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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제대로 일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 117만여명의 공무원 모두가 뛰어다닐 수 있게 말이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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