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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아파트값 18억인데 '물가 안정'이라뇨 [주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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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급등에도 한국 CPI가 낮은 이유
통계에 전월세만 반영되고 자가는 빠져
산정방식 이견 많고 국제 기준 부재 측면도

강남 아파트 값이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슬슬 나오고 있으나, 그간 상승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시세로 1월 기준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값 평균은 18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생활의 빠듯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끌족은 영끌족 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원리금 상환과 임대료 상승에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그런데 물가(CPI)는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정부도, 한국은행도 '물가는 안정됐다'고 한다.


집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왜 물가에는 반영이 안 되는 걸까. 여기엔 한국 물가 통계의 구조적인 특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통계가 '집값'을 빠뜨리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값 18억인데 '물가 안정'이라뇨 [주末머니]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년보다 13.5% 올라 팬데믹 시기 유동성 확대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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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기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집값 급등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CPI는 우리 생활에서 쓰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라면 값이 오르면 CPI가 오르고, 교통비가 내리면 CPI가 내린다. 문제는 '주거비'를 어떻게 잡느냐에 있다.


집에서 사는 데 드는 비용, 즉 주거비는 크게 두 가지다. 전세나 월세처럼 실제로 돈을 내는 임차 비용. 그리고 내 집에 살 때의 비용, 이른바 '자가주거비'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CPI에는 전월세 비용만 들어간다. 자가주거비는 빠져 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CPI에는 표시가 되지 않는 구조다.


'자가주거비'는 왜 빼죠? : 산정 방식 이견 많고 국제적 기준도 없어
중소형 아파트값 18억인데 '물가 안정'이라뇨 [주末머니] 코로나 이후 한국·미국·유럽 물가 상승률(YoY)

자가주거비란, 내가 내 집에 살면서 쓰는 돈의 가치를 말한다. 예컨대 지금 집을 팔아서 다른 곳에 세를 놓는다면 받을 수 있는 월세, 혹은 그 돈을 다른 데 투자했을 때의 수익이 바로 내가 '포기한 비용'에 해당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비용이다.


이 개념이 생소한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지갑에서 꺼내는 돈이 아니니까. 그래서 나라마다 이 비용을 물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미국과 일본은 '내 집을 빌린다면 얼마일까'를 추정해서 CPI에 넣는다(임대료 상당액 접근법). 캐나다와 호주는 집을 살 때 내는 가격을 직접 반영한다(취득 접근법). 영국과 뉴질랜드는 담보대출 이자 등 실제 현금 지출을 측정한다(사용자비용 접근법).


국가데이터처가 자가주거비를 CPI에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직접 관측이 불가능해 추정이 필요하다는 점, 국제적으로 합의된 측정 기준이 없다는 점, 그리고 연금 등 관련 법률과 연동돼 있어 변경 시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다.


자가비 빠진 물가가 만드는 착시 : 물가 과소평가
중소형 아파트값 18억인데 '물가 안정'이라뇨 [주末머니]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로 떨어졌고,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코로나 이후 집값이 폭발적으로 오른 시기, 이 구조적 허점이 더 크게 드러났다. 실제로 서울에서 집을 사거나 빌려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CPI는 이걸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물가가 실제보다 낮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긴다.


정 연구원은 이 점을 짚고 있다. 자가주거비가 물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CPI만 보고는 이를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파급효과가 생긴다. 시장에서는 CPI를 보고 통화정책을 예측한다. CPI가 낮으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거야'라고 기대한다. 집값은 오르고 있는데, 통계에는 잡히지 않으니 '물가 안정됐네, 금리 내려도 되겠네'라는 오판이 생기는 구조다.


정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한 면이 있었는데, 자가 주거비가 CPI에 포착되지 않은 점이 반영된 면이 있다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미국도 같은 문제로 오래 싸웠다
중소형 아파트값 18억인데 '물가 안정'이라뇨 [주末머니]

한편 이러한 문제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OER(Owner's Equivalent Rent), 즉 자가주거비 반영 방식을 놓고 오랜 논쟁이 있었다. OER은 미국 CPI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지낸 스티븐 미란은 OER이 "실제 임대료 흐름보다 6개월~1년씩 늦게 반응하고, 실거래가 아닌 설문조사 기반의 추정치라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장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가상의 숫자가 CPI의 40%를 좌우한다는 비판이다.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다. 영국처럼 담보대출 이자를 주거비로 잡는 방식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역설적으로 주거비 항목이 올라 CPI가 더 높아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완벽한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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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올해(2026년)부터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HICP)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오랜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한국도 언젠가 이 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 올 수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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