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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혜연의 AHA]"AI 시대, 버블보다 더 무서운 건 못 따라가는 제도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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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이준표 SBVA 대표
기술 스타트업 투자하는 밴처캐피털
AI와 관련 변화 누구보다 빠르게 느껴
소수 정예로 곱하기 효과 낼 영역에 집중해야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나날이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예술창작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람'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공학자와 예술인의 관점에서 고찰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월 한 차례씩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가 예술창작인과 대담하거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코너 제목에 들어가는 'AHA'는 'AI, Human & Art'를 뜻합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누구보다 뜨겁게 탐구하는 김대식 교수, 생성형 AI와 무용을 과감하게 접목하고 있는 김혜연 안무가를 통해 AI와 사람, 그리고 예술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이준표 대표는 26년 역사의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VC)인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창업자로서 투자받아본 경험과 투자자로서 수많은 기술 기업의 흥망을 지켜본 경험을 모두 가진 인물이다. 현재 그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대보다 긴장이 더 크다"고 말한다. 브로드밴드 시대를 넘어 생성형 AI와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전환기, 그는 누구보다 먼저 변화의 온도를 감지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AHA'의 마지막 인터뷰이로 그를 만나, 기술이 삼켜버릴지 모를 우리의 일자리와 사회 구조, 남겨진 기회에 대해 물었다.


[김대식·김혜연의 AHA]"AI 시대, 버블보다 더 무서운 건 못 따라가는 제도의 속도" 이준표 SBVA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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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VA 대표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AI 산업을 어떤 자리에서 바라보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SBVA는 2000년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로 설립돼 국내외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회사입니다. 이후 한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왔고 2023년엔 독립적인 투자회사로 전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았던 창업자 출신으로 현재 대표로서 초기·성장 단계 기업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글로벌 확장을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창업자와 투자자, 두 자리를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면 현재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입니다. 요즘은 기대보다 긴장이 더 큽니다. 산업의 최전선에서 이 속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우리가 선택하고 있다기보다 '끌려가고 있다'는 감각이 더 강합니다.


-최근 AI 산업의 속도를 어떻게 체감하고 계십니까.


▲변화의 단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기술이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데, 현재는 모델이 발표되면 바로 기업 전략과 투자 흐름이 움직입니다. 연 단위가 아니라 분기, 심지어 주 단위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자본의 투입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기술 개발, 인프라 확장, 글로벌 확산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한 단계가 안정화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단계가 병렬적으로 진행됩니다. 산업 전반이 늘 긴장 상태에 있는 이유입니다.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운 속도입니다.


-AI로 인한 고용 구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십니까.


▲이미 변화의 신호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규채용 시장에서 신입 포지션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주니어가 담당하던 분석·리서치·보고서 작성 업무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고객 응대와 같은 반복적인 업무는 가장 먼저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효율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는 '학습 단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도제식으로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 성장했습니다. 작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장을 배우고 점점 더 복잡한 업무를 맡으며 역량을 축적했죠. 그런데 그 중간 단계가 통째로 축소되면 전문성이 형성되는 경로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식 노동의 가치 구조가 바뀌면 계층 이동의 통로, 이른바 소셜 모빌리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지면 사회적 긴장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이미 일부 산업에서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AI 투자 열풍을 두고 '버블'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버블의 성격은 분명히 있습니다. 자본이 빠르게 몰리고 있고 일부 기업의 가치가 과열된 것도 사실입니다. 닷컴 버블 시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이 산업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현재는 AI가 기업의 생산성과 비용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실험 단계가 아니라 이미 산업에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닷컴 버블이 꺼진 뒤에도 광케이블과 데이터 인프라는 남았고 그것이 오늘날 디지털 생태계의 기반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기업은 사라지겠지만 모델·데이터·컴퓨팅 인프라는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버블 여부보다 이후 무엇이 남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이 속도를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기술 발전에 대한 담론은 활발하지만 그 변화가 고용 구조와 교육 시스템, 사회 안전망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깊지 않습니다. AI는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소득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제도는 여전히 과거 산업 구조를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데 정책과 제도는 선형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간극이 길어질수록 충격은 커집니다. 저는 AI가 인간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기보다 사회 시스템이 그 속도를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더 우려합니다. 노동 구조와 소득 구조가 급격히 재편되면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풍요로운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 길은 자동으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준비와 설계가 필요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샘 알트먼을 만났을 때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이 변화를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에 가까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AI로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는 공유되고 있었고 노동의 의미와 소득 구조 변화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기본소득이 진지하게 언급되는 이유도 그 맥락입니다. 다만 그들 역시 충격이 없을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사회는 그렇게 빠르게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기술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속도를 흡수할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식·김혜연의 AHA]"AI 시대, 버블보다 더 무서운 건 못 따라가는 제도의 속도" 이준표 SBVA 대표(가운데)가 5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왼쪽), 김혜연 안무가와 대담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기술 수용 속도만 놓고 보면 굉장히 빠른 국가입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테스트하고, 응용하고, 변형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브로드밴드 시대에도 원천 기술을 모두 갖고 있던 건 아니지만 그 위에서 가장 빠르게 서비스와 콘텐츠를 발전시켰습니다. 다만 수용과 주도는 다릅니다. 글로벌 모델과 인프라 위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은 있지만 핵심 기술과 컴퓨팅 인프라를 직접 통제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테스트베드에 머물 것인지 기술 주도권의 일부를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메가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I의 5년 뒤를 예측하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피지컬 AI의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실행력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로봇 기술 영역에서는 제조 인프라와 데이터가 결합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로봇 회사에서 센서 장갑을 통해 숙련 장인의 손동작을 학습시키는 기술도 봤습니다. 단순 반복이 아니라 섬세한 작업까지 재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지식 노동뿐 아니라 물리적 노동 영역에서도 자동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의 흐름은 결국 에너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융합·고효율배터리·에너지 저장 기술이 AI 시대의 기반 인프라로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샘 알트먼의 표현처럼 AI는 전기를 지능으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계산 능력으로 전환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축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에너지 기술 연구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를 지탱할 기술을 AI가 다시 탐색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대, 특히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지금은 역설적으로 기회의 창이 아직 열려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AI를 활용하면 과거 100명이 필요했던 일을 5명이 할 수 있습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도 도구를 잘 활용하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입니다. 다만 이 창이 영원히 열려 있지는 않을 겁니다. 기술과 인프라가 고도화되면 진입 장벽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마지막 윈도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력에 베팅하기보다 작은 팀으로 곱하기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술은 도구이고 그 도구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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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표 대표와의 대담은 기술의 폭주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영역'에 대해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지난 2년간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가 함께한 '아하(AHA)'는 그 접점을 찾는 치열한 여정이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래'였던 AI는 이제 우리가 숨 쉬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이를 감당할 사람의 속도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섣부른 해답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일 것입니다. 기술과 사람을 잇는 우리의 고민들이 독자 여러분의 삶에도 작은 '아하' 모먼트가 됐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AHA'를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김혜연 안무가 여니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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