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진입 방침 철회…경영 관여 안해
토종 스틱인베 '외국계' 분류 리스크 때문
기존 경영진 당분간 유지…세대교체 지연
토종 1세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새 최대주주가 된 미국계 운용사 미리캐피탈이 이사회에 진입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주주임에도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스틱인베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장기 주주로서 동행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사회 진입 안 해…"철저한 독립성 유지"
12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미리캐피탈은 최근 스틱인베 측과 주요 주주들에게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당초 미리캐피탈은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 등 2명을 선임해 이사회에 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를 전격 철회한 것이다. 토종 PEF 운용사였던 스틱인베가 외국계 운용사로 분류되면서 생길 수 있는 불이익과 제약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PEF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30%가 넘거나, 외국계 인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당국이 외국계 운용사로 바라볼 수 있다"며 "특히 이사회 진입 부분이 딱 떨어지는 기준은 없고 모호하기 때문에 우려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외국계라는 이유만으로 공식적인 차별이나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전략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기관투자자(LP)들의 암묵적인 '국내 운용사 선호'에서 제외될 수 있다. 연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국내 운용사와 외국계 운용사를 구분하거나, 국내 운용사에 가점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대주주가 해외에 있는 데 따른 행정·규제 대응 부담과 '먹튀' 우려 등 정서적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리캐피탈은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기존 체제를 존중하며 주주로서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LP들을 직접 만나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고, 향후 대주주 변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리캐피탈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미국식으로 재무적 투자자(FI)에 가까운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기존 경영진을 유지한 채 장기 성장을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늦춰지는 세대교체…1970년대생 이탈 우려도
다만 이런 선택으로 스틱인베 내부의 세대교체는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리캐피탈은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기존 경영진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도 스틱인베 측에 전달했다.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이 용퇴한 이후 스틱인베는 곽동걸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는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곽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당초에는 올해를 기점으로 경영 체제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미리캐피탈의 방침 변화로 곽 부회장이 재선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 체제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스틱인베는 국내 PEF 업계에서도 세대교체가 상대적으로 더딘 운용사로 꼽혀왔다. 최근까지도 도 회장(1957년생), 곽 부회장(1959년생), 강신우 리스크관리·전략부문 총괄 대표(1960년생) 등이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구조였다. 다수 운용사가 1970년대생 중심 체제로 전환한 것과는 대비된다. 지분 7.63%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세대교체를 요구했고, 스틱인베 또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련 내용을 담았지만 요원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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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지연되면서 핵심 실무진과 차세대 파트너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며 "일부 인력이 이탈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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