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게 울상 지은 붉은 말 인형 인기
NYT "젊은이들의 번아웃 상징으로 떠올라"
제조 공정상의 실수로 입이 거꾸로 박음질 돼 울상을 짓게 된 말 인형이 중국 직장인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춘절(설)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제작된 이 인형은 중국 동부의 한 상점에서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밝은 표정으로 복을 기원하는 인형들 사이에서 이 말 인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처럼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 붉은색 말 인형은 당초 밝게 웃으며 목에 금방울을 달고 옆구리에 '어서 부자가 되길 바란다(마상발재·馬上發財)'는 덕담이 새겨진 형태로 기획됐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실수로 입꼬리 방향을 거꾸로 꿰매는 일이 벌어지면서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젊은이들은 오히려 이 붉은 말의 시무룩한 표정에 강하게 공감을 표현했다. 회사에서 과로에 시달리는 자신과 표정이 닮았다는 이유다. 이 인형은 중국어로 '우는 말'이라는 뜻의 '쿠쿠마'(哭哭馬)라는 별칭까지 얻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쿠쿠마 관련 해시태그 조회 수가 1억9000만회를 넘겼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우는 말과 웃는 말 둘 다 사서 우는 말은 회사에, 웃는 말은 집에 두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번지고 있다.
쿠쿠마가 새해 최대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생산 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잡화 시장인 이우시에서 이 인형을 처음 선보인 판매자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10여 개나 증설했음에도 매일 1만5000개에 달하는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이 60년 만에 돌아온 '적토마(붉은 말)의 해'라는 점이 이번 열풍의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고 해석했다. 적토마는 야망과 성장, 불타는 강렬함을 상징하지만, 중국의 젊은 노동자들은 역동적인 적토마 대신 지치고 우울한 표정의 말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8억명을 빈곤에서 구제했던 중국의 고속 성장이 멈추고, 임금 정체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기는 등 암울한 현재 중국의 상황을 반영한다. 외신은 "많은 젊은이에게 한때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노력하는 삶'은 이제 고된 노동·피로·실망감과 연결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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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에서 이미 승세가 기운 경기가 진행되는 막판 시간을 가리키는 '가비지 타임'이라는 용어가 젊은이들의 무력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로 확산하기도 했다. 외신은 이에 더해 중국 젊은 세대의 번아웃(burnout·극도의 피로와 의욕 상실)을 상징하는 목록에 슬픈 말 인형이 오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 소비 생활에서도 부나 물질적 성공을 과시하는 대신 정서적 위로나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물건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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