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2상 22.5%의 체중 감소 효과
"메스꺼움 부작용 잡는 '아밀린 병용 요법' 주목"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 로슈가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비만약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 경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로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매스꺼움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밀린 유사체 병용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29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전날 GLP-1·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이중작용 비만 치료제 CT-388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하고 올해 1분기 내 임상 3상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상 2상은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4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48주 시점에서 최고 용량인 24㎎ 투여군은 위약 대비 평균 22.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업계 1위 비만 치료제로 꼽히는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의 임상 3상 결과에서 확인된 최대 체중 감량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CT-388에서 체중 감소의 조기 정체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최고 용량 투여 환자의 95.7%는 체중이 5% 이상 감소했고 26.1%는 30%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치료 중단률은 5.9%로 위약군보다 높았지만 위장관계 이상반응의 대부분은 경미하거나 중등도 수준이었다.
로슈가 내세운 핵심 차별화 전략은 부작용 관리다. GLP-1·GIP 이중작용제 CT-388을 기반으로 향후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와의 병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밀린은 식사 후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GLP-1의 작용과 일부 겹치지만 중추 신경계에서의 신호 전달 경로는 다르다. 로슈는 아밀린 유사체를 병용할 경우 GLP-1 단독 투여 대비 식욕 억제 효과를 보다 완만하게 분산시키면서도 메스꺼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의 강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위장관 자극 없이 체중 감소를 유도해 치료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아밀린 병용 전략은 경쟁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계열 치료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확대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아밀린 유사체를 결합하는 병용 전략을 개발 중이다. 아밀린 유사체를 결합해 서로 다른 중추 식욕 조절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단독 GLP-1 대비 체중 감소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로슈가 후발 주자임에도 주사제와 경구제를 아우르는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확보하며 비만 치료제 경쟁 구도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슈는 CT-388 외에도 경구 투여가 가능한 GLP-1 후보물질 CT-996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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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전 경쟁을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제형 기술과 투여 방식 개선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장기 지속형 삼중작용제를 통해 체중 감량과 근육 손실 최소화를 동시에 노린다. 대웅제약은 생체이용률을 높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통해 투여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경구 투여가 가능한 GLP-1 계열 후보물질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로 연구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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