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대출 규제 강화로 美 사모대출 확대
블랙스톤·아폴로·KKR 등 대출 〉 PE투자
국민연금 등 해외 사모대출 출자 늘려와
IMM·글랜우드 등 '한국형 사모대출' 개화
사모대출은 은행 외 대체투자 기관들이 기업에 직접 대출 또는 채권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증권사 등 비(非)은행 금융기관이 공급 주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들에 유연한 구조의 대출을 제공한다. 은행 대출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수익률이 높아 연기금, 보험사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출자를 선호하는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다.
구조적 공백 파고든 美 사모대출
이미 미국에서는 사모대출이 은행 대출의 보조 수단을 넘어 기업 자금 조달의 주요 창구를 차지하고 있다. 대체투자시장 분석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세계 사모대출 시장 운용자산(AUM) 규모는 2020년 1조2204억달러(약 1775조원)에서 지난해 2조2801억달러(추정치)로 불어났다. 2030년에는 4조5040억달러까지 대폭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시장이 성장한 데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 강화가 결정적이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에서 '도드-프랭크법'이 만들어졌고,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은행이 받을 수 있는 담보가 부동산, 동산, 예·적금, 채권 등 확실한 자산으로 한정되면서 담보가 비적격이거나 신용도가 나쁜 기업에는 대출이 제한된 셈이다.
이로 발생한 구조적 자금 공백에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빠르게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으로 부족한 수익을 채우기 위해 사모대출에 시선을 돌렸다. 이에 호응해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등 대형 운용사들이 사모대출펀드를 조성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금융시장분석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이미 블랙스톤,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해외 초대형 운용사의 운용자산에서 사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을 넘어섰다.
중위험 중수익 노려…맞춤형·신속한 집행 강점
사모대출은 대상과 구조별로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다이렉트 렌딩,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 등 주식과 채권 중간 형태인 메자닌, 부실채권(NPL) 투자, 매출채권이나 기계설비·재고 등을 담보로 하는 자산기반 대출(ABL)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다이렉트 렌딩 규모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부실채권(16.9%)과 메자닌(10.4%) 등의 순서였다.
사모대출은 변동금리와 담보 중심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 불확실성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한다는 강점으로 시장에 침투했다. 공급자에게는 안정적인 중위험·중수익을 제공하고,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개별 기업 상황에 맞춘 구조 설계와 신속한 자금 집행이 가능한 상품이었다.
다만 다소 높은 금리와 담보 평가방식의 불확실성은 단점으로 꼽혔다. 은행이 주로 담보로 활용하는 부동산처럼 시장가격이 형성된 경우가 드물고, 있더라도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표준화된 평가 방법이 없고 결국 운용사가 자체 기준으로 내부 평가를 해야 했기에 위험관리의 편차가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발걸음 뗀 국내 시장…본격 개화 기대감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정기적으로 연금, 공제금, 보험금 등을 지출하는 구조였던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들은 자연스레 안정적 현금흐름이 나타나는 사모대출에 관심을 갖고 해외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국민연금은 사모대출 투자 전담 조직을 꾸렸고 투자 비중 확대는 물론 투자 전략, 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이다. 미국은 아레스 매니지먼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같은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가 수십 년간 구축한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수조 달러 규모 시장을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처음으로 IMM프라이빗에쿼티가 IMM크레딧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이후 VIG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 다른 PE들도 크레디트 전담 법인을 만들었다. 아직 독립계 사모신용 전문 운용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구조적으로도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은행의 역할과 권한이 달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대출 상당 부분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대출이 도맡았다. 운용사가 트랙 레코드를 쌓기도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거래만 산발적으로 있었다. 담보평가 기준, 중복 담보 관리, 구조화 회계 기준 등 비금융기관이 직접 대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제도적 기반도 정교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사모대출이 개별 산업으로 성립될 여지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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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인수금융 공백, 상장 중견기업의 차환 부담, 구조조정 수요 확대 등이 겹치면서 '딜 파이프라인'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한 PE 업계 관계자는 "이미 20년 동안 경험이 쌓인 바이아웃 펀드와 달리 그만큼 크레디트 펀드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며 "출자자(LP)와 운용사 모두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한국형 사모대출 시장이 본격 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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