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는 여수에서 일하는 친한 동생이 있다. 평소 자기 일의 고충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 과묵한 청년이지만, 지난해 넋두리처럼 이런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 "요즘에는 짱X들이 일을 다 가져가고 있어."
세계화가 상수인 이 시대에는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조차 국가 간 경쟁의 압력을 강하게 느낀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여수 화학업계는 수년간 불황의 늪을 헤쳐나오지 못했고, 해마다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는 동생의 일터를 낯설게 만들었다. 이성으로는 억누를 수 없는, 피부로 느껴지는 다급함이 있을 것이다.
점차 심화하는 청년들의 반중 정서를 '극우화'라는 정치적 성향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지난달 6일 청년 보수 단체가 주최한 계엄 찬성 집회를 취재했을 때, 기자가 청취한 이들은 극우 사상에 심취한 강성 단체라기보다는 방황하는 청춘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이들에게는 계엄의 옳고 그름보다,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는 걱정이 더 커 보였다. 어쩌면 반중 정서는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에 대한 여러 불안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최근 10년의 청년 세대 투표 성향을 봐도 이들의 극우성향이 짙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2020년 총선에선 20대 남녀 모두 더불어민주당 지지 비율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030 모두 보수 진영인 오세훈 시장을 지지했지만, 2024년 총선에선 소위 '이대남(20대 남성)'도 민주당,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지지 비율이 개혁신당을 넘어설 만큼 다채로운 정치 성향을 보였다. 한 정치학자는 "추이를 봤을 때 2030 청년층은 우경화가 아닌 짧은 기간 변동성이 매우 큰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을 섣불리 극우층으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수년간 유럽 청년들의 극우화 현상을 분석해 온 윤석준 성공회대 교수는 "국내 극우 담론을 접할 때마다 감기와 독감에 비유한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질병이고 치료법도 다르다"며 "어떤 집단이 극우화됐다고 판단하기 전에 정확한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청년의 불안감이 정치권이나 혐중 세력에게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한 세대에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중대한 문제다. 극우는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집단으로 평가받거나 타협, 공존이 아닌 청산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섣부른 극우 담론이 길을 잃고 불안에 떠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낙인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