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잇단 악재성 공시에
K배터리 전반 불확실성 확산
미·유럽서 전기차 규제 완화속
완성차 업체 전동화 계획 수정 여파
ESS 시장, 전기차 둔화 상쇄 주목
전문가 전망은 엇갈려
2026년이 밝았으나 배터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배터리 셀 및 소재 기업들이 잇달아 계약 취소나 투자 축소 등 악재성 공시를 내놓으면서 K배터리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규제가 느슨해지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 배터리 산업에 미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성과가 전기차 시장 둔화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올해 K배터리 기업의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배터리, 악재 다 털었나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해 말 약속이나 한 듯 악재를 쏟아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 달 새 13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취소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약 9조6000억원,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프로이덴베르크배터리파워시스템(FBPS)과 3조9217억원 규모의 계약이 해지됐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2023년부터 맺은 13조7697억원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 소재 중장기 공급계약 금액 가운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2조8112억원에 불과하다고 공시했다.
엘앤에프도 테슬라와 체결한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 규모가 3조8347억원에서 937만원으로 조정됐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SK온은 서산 2·3 공장 시설 투자 금액을 기존 1조7534억원에서 9363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투자 종료 시점도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1년 연기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SKC는 양극재 소재 사업을 포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공시를 통해 2021년 제시했던 중장기 성장 전략 가운데 차세대 양극재 사업 진출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Chasm)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투자 및 생산 규모가 축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남은 악재가 있는지에 쏠려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전까지 추가적인 공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주민우·양정현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곧 발표될 얼티엄셀(GM과의 배터리 합작사) 가동 중단이 비관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2026년 얼티엄셀의 판매량을 6GWh(기가와트시)로 가정하고 관련 일회성 비용을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얼티엄셀 판매량을 28GWh로 예상한 바 있다.
美, 유럽발 동시 악재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전기차 관련 규제를 잇달아 완화하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략을 수정한 것이 국내 배터리 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달 3일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동차 기업들이 지켜야 할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2031년 형 기준으로 기존 1갤런당 50마일이었던 연비 기준을 1갤런당 34.5마일로 대폭 낮췄다.
CAFE는 제조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뜻한다. 이 기준이 올라가면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한다. 기존 갤런당 50마일은 내연기관차로는 불가능한 연비로 사실상 전기차 의무화 규제로 여겨졌다.
CAFE 기준의 완화로 북미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됐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따라 2025년 9월 말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최대 7500달러의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이후인 지난해 10월 북미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달보다 45% 급락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203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개정안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에도 2021년 대비 90% 수준으로 배출가스를 감축하도록 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상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은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달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도 취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 취소도 그 여파로 파악된다.
유안타증권의 이안나 애널리스트는 "유럽 전기차 시장은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순수전기차(BEV) 수요는 둔화하면서 전년 대비 상장률 전망을 20% 이상에서 1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中 전기차 시장도 둔화…유럽서 격전 벌일 듯
그동안 고속 성장하던 중국 전기차 시장도 2026년부터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수 시장이 줄어들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취동슈(Cui Dong Shu) 중국자동차협회장은 지난해 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5년 말부터 신에너지차(전기차)의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구매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폐지함에 따라 2026년 초 친환경 승용차 판매량이 최소 3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도 지난달 열린 애널리스트데이에서 "2025년 중국 전기 승용차 시장은 전년 대비 19% 성장한 1320만대에 이를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률 확대로 2025년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신설된 금지된 외국기관(PFE) 규정에 따라 중국 배터리 기업의 진출이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은 헝가리에 짓고 있는 연산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올해 초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5%로 4년 전(71%)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커가는 ESS, 전기차 시장 만회할까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K배터리 기업들의 보릿고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2025년 4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4분기 매출액은 5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800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매출은 전년보다 6.5% 감소한 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387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ESS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ESS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기업마다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현대차증권의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계약 해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향후 보상금 등으로 일정 부분 만회가 가능할 것"이라며 "ESS 시장의 눈높이가 여전히 보수적이어서 향후 상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주민우·양정현 애널리스트는 삼성SDI에 대해 "전기차 실적 회복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 등 신규 프로젝트의 진입이 시작되는 2027년 이후부터 가능할 전망"이라며 "ESS 역시 2026년 램프업(생산 확대)을 마치고 2027년부터 의미있는 수익성 기여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년 미국 배터리 ESS 신규 발전 용량은 17GW로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예상 규모 19.6GW를 13% 하회하고 있다"며 "ESS 배터리 셀 수요 증가율도 둔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IA가 지난해 11월에 집계한 2026년 ESS 신규 발전 용량은 23.7 GW였으나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ESS가 전기차 부진을 만회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주가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리튬 등 배터리 광물 가격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탄산리튬 현물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1만5000달러를 돌파해 6월 저점(8200달러/t)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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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수요 확대에 따라 중국발 공급 과잉 강도가 낮아지고 리튬과 관련 소재들의 가격이 상승 추세로 전환한 것은 글로벌 배터리 관련 업체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며 "미국 BESS 시장에서의 성과 확인과 유럽의 중국 배터리 수입에 대한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도입되는지가 K배터리에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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