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구제→배상 체계로 전환
손해배상 책임은 기업과 분담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 주도의 배상 체계를 두기로 했다. 국무총리 산하에 배상심의위원회를 두고 내년부터 정부 출연을 재개한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 시효는 없앤다.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한 국가 책임이 공식 인정됐지만 그간 대응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번에 대책을 내놨다. 해당 대책에는 ▲국가 책임 강화 및 배상 체계 전환 ▲범부처 협업에 따른 생애 전주기 지원 ▲전문성·소통 강화로 피해자 신뢰 회복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기존 피해 구제 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 체계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적극적 손해인 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인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지급하면서 피해자 건강 특성을 고려, 배상금 수령 방법 선택권을 부여한다. 국가 주도로 추모 사업도 추진, 관련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추모일을 지정해 공식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손해배상 책임을 기존처럼 기업 단독으로 두지 않고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국가 역할을 대폭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내년(100억원)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 소멸 시효는 폐지한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전담반(TF)을 구성해 각 부처 소관의 개선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교 진학 때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한다. 대학교 등록금은 일부 지원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피해 청소년은 건강 특성을 고려한 판정 체계와 함께 복무 상황에 따라 무리한 업무 또는 훈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그간 지적된 전문성 부족 및 행정 절차 지연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직 개편도 추진한다. 기존 환경보건처를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해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환경 오염 피해 발굴에서 지원까지 전담하는 기구로 개편하기로 했다. 또 기후부에 소통팀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간담회도 진행, 상시 소통 체계를 강화한다.
정부는 내년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방식의 전면 전환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국회와 협력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도 추진한다. 김 총리는 "정부는 참사의 공동 책임자로서 책임을 무겁게 이행하고자 한다"며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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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켜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로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 관계가 밝혀졌으며, 기후부는 지난달 기준으로 피해를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의 피해를 인정한 바 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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