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전망
빅테크들 희비에 거품론 상존
韓 AI 시작 단계…투자 이어가
'반도체 실적 풍향계'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도 밝아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재점화한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잠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도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론은 17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에 매출 136억4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4.78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EPS 모두 컨센서스(매출 129억5000만달러, EPS 3.95달러)를 뛰어넘었다. 2분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도 컨센서스를 초과했다.
마이크론은 "2026년 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대한 가격 및 물량 계약을 완료했다"며 HBM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AI 시대 제품 성능을 결정하는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없어 중요도가 계속 커질 것으로 봤다. 메모리반도체는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AI 관련 투자 과열 논란에 제동을 걸었다.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과 함께 다음 분기까지 낙관적인 매출 전망을 제시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실제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이 이미 계약 단계에서 소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HBM 매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 출하 확대와 가격 상승효과가 맞물리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 경신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도 HBM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반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 폭이 이전 분기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업들은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엘란 데켈 아마존 범용 인공지능(AGI) 연구소 디렉터는 "AI 데이터센터에 수조달러가 투입되다 보니 투자업계에서 AI 거품론을 제기하는데 제품과 기술의 관점에서 AI 에이전트는 여전히 변곡점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가져올 영향력을 본다면 거품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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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업계에서도 거품론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유관 기관 관계자는 "설령 거품이라 해도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인데 투자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은 상존하겠지만 전 세계가 AI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AI 거품은 없다, 절대 오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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