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국제공동연구 “수심 500m 이상 메탄 대부분 해수·미생물에 흡수”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해저 메탄이 실제로는 대기 중 메탄 증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널리 받아들여져 온 '해저 메탄 방출이 곧바로 지구온난화를 증폭시킨다'는 가설을 뒤집는 내용이다.
부산대학교는 정동주 교수(해양학과)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연구진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수심 500m보다 깊은 가스하이드레이트 와 해저 탄화수소 자연 누출지에서 발생한 메탄은 대부분 바닷물에 녹거나 미생물에 의해 소비돼 대기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고 16일 전했다.
부산대 정동주 교수.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80배 강한 온실효과를 가진 기체로, 최근 사용량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해수 온도 상승으로 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붕괴할 경우 대량의 메탄이 방출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메탄-기후변화 양성 피드백 고리'가 주요 우려로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메탄에 포함된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¹⁴C-CH₄)를 정밀 분석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미국 멕시코만 지역의 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해와 자연 탄화수소 누출지를 조사한 결과, 심해에서 분출된 메탄은 저층 해수로는 대량 유입되지만, 해수 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바닷속에서 대부분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정 교수가 2022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대서양·태평양 심해 연구와도 일치한다. 수심 500m 이상 깊은 해역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대기로의 직접 유입량이 극히 미미해, 지구온난화를 증폭시키는 주요 경로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얕은 수심의 자연 유출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해수 표층과 대기로 실제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다. 수심과 해저 환경에 따라 메탄의 거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정동주 교수는 "메탄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고, 국내 연구는 더욱 부족한 상황"이라며 "메탄 사용량 증가와 강력한 온실효과를 고려할 때 메탄 연구는 향후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라며 "자연·인공 환경 모두 메탄 발생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만큼, 기초·응용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메탄 내 방사성 탄소를 고정밀로 측정하는 새로운 분석 기술도 활용됐다. 측정 오차를 크게 줄여 데이터 신뢰도를 높이는 이 기술을 실제 연구에 적용한 팀은 현재 전 세계에서 정 교수 연구팀이 유일하다. 정 교수는 "이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저 메탄의 대기 직접 유입은 미미하지만, 해수에서 미생물에 의해 산화된 메탄이 이산화탄소로 전환되면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약화할 가능성은 있다"며 "앞으로 극지방과 동해 등 다양한 해역으로 연구를 확대해 보다 정교한 기후변화 예측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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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부산대와 미국 로체스터대 존 케슬러(John D. Kessler) 교수, 토마스 웨버(Thomas Weber) 교수의 국제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엔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12월 15일 자에 게재됐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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