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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한국 수돗물은 안전한가? 측정 없이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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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한국 수돗물은 안전한가? 측정 없이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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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말은 오래도록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은 그 안전을 증명할 기준도, 측정 기술도 갖추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법안은 심의조차 받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 과학계가 수돗물 안전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미세·나노플라스틱이다. 이 작은 조각들은 이미 국제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2017년 미국 탐사보도 조직 오브미디어(Orb Media)가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과 함께 전 세계 14개국 159개 수돗물을 조사해 약 83%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


어떤 크기의 조각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장비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기준이 촘촘하고 장비가 민감할수록 더 작은 조각까지 잡힌다. 그래서 낮은 수치가 항상 '덜 오염됐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조각을 아예 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 1ℓ당 0.1~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보고됐지만, 분석 대상은 모두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입자였다. 그보다 작은 초미세·나노 영역은 아예 측정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수치는 '측정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얻어진 결과일 뿐, 가장 작은 영역에 대한 국가 데이터는 없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9월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했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음용수 내 미세·나노플라스틱 실태조사와 국가 관리 체계를 권고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나노물질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검출 기술, 분석 기준, 장비 표준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측정 기준을 갖춘 국가만이 안전을 말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부는 정수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대부분 제거된다고 설명하지만,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수천 분의 일에 해당하는 20㎛ 이하 초미세·나노 단위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 데이터가 없다. 정부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해도, 국제 기준에서는 '보지 않은 영역'을 근거로 안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4년 9월,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등이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지만,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과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한국이 처음으로 수돗물 속 미세·나노플라스틱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관리할 제도적 틀을 마련할 기회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대로 법안이 계속 미뤄진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측정 능력이 없는 국가", "데이터로 설명하지 못하는 국가"로 남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라라는 평가도 피하기 어렵다.


눈으로 보기에는 맑은 물일지라도, 보지 않았고 볼 도구도 없다면 안전은 사실상 '추정'일 뿐이다. "유해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은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들여다볼 능력이 없다는 의미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공포를 부풀리거나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수돗물 속 가장 작은 조각까지 확인할 수 있는 측정 기술, 그 결과를 비교할 국가 표준 시스템, 그리고 이를 실행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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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측정하고 검증해야만 안전을 논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그 출발선 앞에 서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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