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가뭄에 월세가 최고치
지난해 12월 평균 월세가 상승률 약 8%
대단지에 월세 매물 1건 사례도
관악구에 위치한 3500가구 규모의' 관악드림타운'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전날인 5일 현재 6건, 월세 매물은 겨우 3건에 그쳤다.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임대 물량은 실종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선 "지금 남아 있는 물건은 날짜가 안 맞아서 남아 있는 것들뿐"이라며 "임대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고 나오면 바로 빠진다"고 말했다. 은평구 '백련산힐스테이트' 아파트도 전체 1100가구 규모에 전세와 월세 물량은 고작 1개, 4개뿐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월세 물건이 아예 0건으로 표시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이 밀어 올린 월세
세입자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사라지면서 전세난에 이어 월세난까지 커지고 있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매물은 한자릿수에 그치는 등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오는 5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임대수요를 충족하진 못하고 있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은 2만1456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2만8270개)과 비교해 24% 감소한 수준이다.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지역은 그동안 서울 외곽 등 비교적 낮은 가격에 갭투자가 가능했던 곳들이다. 성북구의 전세 매물은 1년 전 1204건에서 현재 138건으로 급감했다. 이어 관악구(-72.5%), 동대문구(-67.8%), 광진구(-66.6%), 은평구(-66.4%), 강동구(-65.9%)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이들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투자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시장에 신규 전세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로 집을 마련한 집주인들이 임대보다 실거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축소됐다.
전세 물량 부족은 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월세 매물은 1만9734개로, 전년 동기(1만8025개) 대비 9.5% 증가했다. 하지만 전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월세로 이동하면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임대인 우위 시장이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북구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은 이미 상당 부분 오른 상태이고 집주인들이 이를 기준으로 월세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매물이 많을 때는 중개 과정에서 가격 조율이라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다른 부동산에 더 비싸게 내놔도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 협상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전월세 전환율은 4.2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4.25~4.26%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1월(4.14%)과 비교하면 0.11%포인트 상승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월세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월세도 빠르게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주택종합 월세 중위가격은 통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서며 100만7000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93만5000원) 대비 상승률은 7.7%로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세 중위가격은 해당 달 거래된 모든 월세 금액을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이다. 일반 세입자가 부담하는 보편적인 월세 수준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 중위가격도 124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유세 인상 땐 월세 더 비싸진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부족으로 월세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까지 겹칠 경우 월세 급등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단기적인 폭등을 유발하는 직접 요인이라기보다는 이미 불이 붙은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유세 인상이 임대시장에 충격을 준 사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임기 내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렸다. 보유세 강화 기조는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리며 임대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자 신규 계약을 중심으로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임대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임대인이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이전하는 '조세 전가'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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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보유세가 인상되면 임대인이 비용 증가를 인식하는 시점마다 순차적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오르는 시장을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실상 월세가 더 오를 여지만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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