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A 공동위서 후속 논의 진행"
민감 분야 중심 난제 예상
한미 양국이 관세 인하 합의 후속으로 비관세 분야 협상에 이달 중 착수한다. 비관세 협상은 농업 검역, 데이터 이전,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제품 인증 절차 등 상품의 실제 시장 접근을 결정짓는 규제 전반을 포괄하는 만큼 관세 협상보다 더 복잡한 조정이 예상된다. 미국이 한국의 규제 체계를 사실상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 온 분야가 다수 포함돼 있어 협상 난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3일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팩트시트에 나온 대로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호 무역 촉진을 위한 추가 논의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통해 이달 중 진행할 예정"이라며 "비관세장벽 관련 의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구체적인 협상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양국이 후속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만큼 일정에 맞춰 실무 채널을 가동하게 된다"며 "국내 여건과 산업별 민감도를 고려해 단계적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농산물 검역과 위생 안전 기준이다. 미국은 한국의 검역 승인 절차가 길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검역 기간 단축, 절차 간소화, 위험 기반 평가 기준의 명확화 등이 미국의 핵심 요구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농업 분야는 국내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영역으로 정부는 기준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행정 절차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주권 이슈도 큰 축이다. 미국은 한국의 망 사용료 정책, 해외 데이터 이전 제한, 지도 반출 규제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망 사용료가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는 통상 의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데이터 주권과 개인정보 보호 체계는 한국이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영역으로, 특히 위치정보 등 고위험 데이터의 해외 이전은 정부가 사실상 금지선으로 여기는 분야다. 이에 정부는 규제 완화보다는 절차적 투명성 강화와 경쟁 구조 점검 등을 중심으로 협상 테이블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인증과 표준 등 기술규제 분야도 중요한 협상 항목으로 꼽힌다. 인증 상호인정 확대, 시험 성적서 공유 확대, 인증기관 간 협력 같은 미국의 제도 개선 요구가 예상된다. 이 분야는 다른 쟁점보다 상대적으로 조정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도 일정 수준의 절차 개선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제품 안전 기준 완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역시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미 '팩트시트'에는 제네릭 의약품을 포함한 일부 전략 품목에 대해 상호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은 기존에 적용됐던 관세, 특히 232조 관세 체계가 완화·철폐돼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질 여지가 열렸다. 다만 팩트시트에서는 이 관세 면제가 즉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비관세 조치 이행 계획이 합의된 시점부터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즉 이번 제네릭 의약품 관세 완화는 '미래 합의에 따른 조건부 약속'이지, 현재 시점에서 '확정된 무관세'는 아니다. 어떤 의약품이 면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절차와 시점은 향후 공동위원회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비관세 협상은 단순한 규제 완화 논의가 아니라 농업 보호, 소비자 안전, 데이터 주권, 산업 경쟁력 등 국내 공익 가치와 맞물려 있어 조정 여지가 제한적이다. 특히 농업과 데이터 분야는 국내 여론 반발 가능성이 커 정부가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반면 미국은 관세 인하에 이어 실질적 시장 접근성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양국 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절차 개선 중심의 제한적 양보를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 검역과 인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지연을 줄이고 절차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 미국의 문제 제기를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다. 핵심 규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운영 과정의 비효율을 정비해 균형점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국이 데이터 이전 허용이나 농업 검역 완화 같은 고강도 요구를 제시할 경우 한국은 공익 목적과 안전 기준을 근거로 강하게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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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이달 협상 개시 이후 양국은 분야별 실무 회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일부 의제에서 가시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민감 분야는 장기 협상 또는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농업계 플랫폼업계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며 협상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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