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위조 상품 'DIY 조립키트'가 등장했다. DIY 조립키트는 구매자가 온라인 동영상을 보면서 위조 상품을 완성할 수 있게 구성됐다. 단속을 회피하려는 신종 범죄 수법이지만, 정작 상표 등의 도용으로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DIY 조립키트를 구입해 완성한 소비자도 범죄 연루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은 소비자가 직접 위조 명품 가방과 지갑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위조 상품 DIY 조립키트'를 제작해 시중에 유통한 A씨(50·여) 등 3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지재처는 조립키트가 소비자에게 단순 취미활동(DIY)으로 인식돼 위조 상품 유통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 기획수사를 통해 A씨 등 일당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수원에서 공방 업체를 운영하면서 명품 위조 원단과 부자재를 보관·관리하면서 조립키트를 제작해 판매했다. 특히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 대상을 성인 여성으로 제한, 구매자가 조립키트를 완성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온·오프라인 유통 허브 역할을 했다.
서울 종로에서 금속 부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명품 가방 규격에 맞는 위조 장식품을 A·B씨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상표경찰은 두 업체를 압수수색해 조립키트, 위조 원단, 금형·금속 부자재 등 2만여 점을 압수했다. 원단과 부자재의 문양·패턴도 상표권 보호 대상에 포함돼 이를 침해할 목적으로 조립키트를 제작·판매한 행위도 엄연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방과 금속 부자재 업체 등에서 압수한 물품 중 조립키트 완성품은 80여점으로 정품가 7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고려할 때 완성되지 않은 조립키트 압수 물품 600여점을 모두 완제품으로 제작하면 정품가는 20억원 규모가 된다.
특히 A씨 등은 완제품이 아닌 조립키트를 '합법적 취미 활동'인 것처럼 꾸며 소비자를 위조 상품 제작에 참여시키는 지능적 수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의도와 다르게 범죄나 위조 상품 유통에 연루돼 피해를 입었을 수 있었다는 게 상표경찰의 설명이다.
압수된 '조립키트'의 제작 설명서에는 봉제 순서, 재단 치수뿐 아니라 위조 부자재 구매처까지 안내돼 소비자가 손쉽게 위조 상품을 제작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소비자의 정상적인 소비 인식을 왜곡해 위조 상품 제작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상표경찰은 이번 적발이 제작형 '조립키트'가 실제 단속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또 위조 범죄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진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소비자가 위조 상품을 쉽게 접하고 제작·소비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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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곤 지재처 지식재산보호협력국장은 "조립키트는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을 통한 제작 방법 공유 등으로 위조 상품의 확산을 부추길 우려를 키운다"며 "지재처는 위조 상품의 제작·유통·판매망 단속을 강화해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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