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부 "핵폭발 없다" 해명
33년간 핵폭발 안한 美, 금기 깨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안팎에서 핵군비 경쟁 확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핵폭발 실험은 유엔이 1996년 금지한 이후 금기시되고 있으며, 이후 공개적인 실험을 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국 에너지부가 과거와 같은 핵폭발 실험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금기를 깰 경우 중국, 러시아는 물론 핵보유국들이 잇따라 핵폭발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트럼프 핵실험 발언 진화하는 美 에너지부…"핵폭발 없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한 핵실험은 핵폭발 실험이 아니라 비임계(noncritical) 실험으로 일종의 시스템 테스트"라며 "네바다 사막 주민들이 버섯구름을 볼 걱정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트 장관이 이야기한 비임계실험은 핵무기를 직접 폭발시켜 성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다. 핵무기 내부의 핵물질이 일정수준까지 압축돼 핵폭발을 일으킬 임계반응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멈추는 실험을 뜻한다. 핵무기 보유국들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핵폭발이 없는 비임계실험은 용인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하겠다고 밝힌 핵실험이 비임계실험에 그칠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끊임없이 핵실험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유언론이 없어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미국은 지구를 150회 이상 날려버릴 양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잘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실험이 비임계실험인지 핵폭발실험인지 불명확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과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국방부와 에너지부도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6년 이후 북한만 벌인 임계핵실험…트럼프 금기 깰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핵폭발 실험 재개를 지시할 경우, 1996년 유엔에서 채택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이후 공개적인 핵폭발 실험을 중단해 온 국제사회의 금기가 깨지게 된다. 당시 CTBT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포함해 전 세계 187개국이 서명했고 조약 체결 이후에도 공식적인 핵폭발 실험은 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미국은 1992년 이후 33년 동안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았다. 중국도 1996년 CTBT 체결 이후 공개적으로 핵폭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보다 먼저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이후 핵폭발 실험을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1998년 마지막으로 핵폭발 실험을 진행한 뒤 중단한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비밀리에 진행 중인 핵폭발 실험은 없다는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자위 방어를 위한 핵 전략을 견지하고 핵실험 중단 약속을 준수하고 있다"며 "미국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및 핵실험 중단 약속을 철저히 준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발언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벌인다는 핵실험이라 언급한 것은 핵추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니크의 시험발사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국가가 방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것은 핵실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핵군축…군비경쟁 확대 우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핵폭발 실험이 만약 재개될 경우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난항을 겪던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협상은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은 각각 5225기, 5580기로 추산된다. 미국과 러시아 간 아직 파기되지 않은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곧 만료되면 지금까지 1550기로 제한됐던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양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발언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남아있는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의 협상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 협정은 2026년 2월 만료되기까지 불과 100일 정도 남은 상황인데 미국의 핵폭발 실험과 핵군비 확대가 이뤄지면 사실상 연장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뜨는 뉴스
양국의 핵군비 경쟁이 재개될 경우 중국도 핵무기 보유량을 공개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에서 추정한 지난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600기였으며, 한해 100기 규모로 핵탄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2030년에는 1000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