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vs 경기 둔화 대응…위원들 '온도차'
굴즈비·쿡, 12월 인하에 '신중'
데일리, 유연한 태도 강조…마이런은 과감한 인하 주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가운데, 금리 경로를 둘러싼 위원들 간 이견이 심화되며 향후 정책 방향은 한층 더 안갯속에 빠진 모습이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12월 회의와 관련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 측면이 우려된다. 지난 4년 반 동안 인플레이션은 목표치(2%)를 웃돌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0.25%포인트씩 인하해 연 3.75~4.0%로 조정했다.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진 굴즈비 총재는 지난달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했으나, 다음 달 회의에서의 입장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임 시도에 맞서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정 다툼 중인 리사 쿡 Fed 이사 역시 고용 둔화 위험이 물가 상승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면서도, 12월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쿡 이사는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 행사에서 "향후 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 위에 있지 않다"며 "지금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의 양쪽 위험이 모두 높아진 시점이다. 12월 회의를 포함해 모든 회의는 '라이브 미팅(live meeting)'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회의 당시의 경제 지표와 위원 간 논의를 바탕으로 금리 경로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시장은 매우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비선형적인(예상 밖의 급격한)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매우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고용 악화 시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를 열어뒀다.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목소리도 나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팜 비치 포럼 클럽 연설에서 최근 2연속 0.25%포인트 금리 인하 조치가 "적절했다"며 추가 인하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와 고용 대응 모두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Fed 이사는 이날도 보다 과감한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마이런 이사는 이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Fed는 너무 제약적이고, 중립적인 (금리) 수준은 현재 정책 위치보다 상당히 낮아야 한다"며 "난 위원회의 다른 일부 구성원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더 낙관적이다. 따라서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적인 정책이 장기화되면 통화정책 자체만으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 9월 첫 FOMC 회의 참석 이후 매번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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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동시장 둔화 조짐이 이어지고,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대 후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Fed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Fed 내부에서도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논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금리 결정에서 12명의 FOMC 위원 중 2명이 각각 "0.5%포인트 인하", "동결" 등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반대표를 던진 것도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Fed 내부의 의견이 더욱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월 의장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12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여겨서는 안 된다. 사실 그(12월 인하)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12월 방향을 두고 정책 입안자 간 강한 견해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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