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직도 돌잔치·칠순잔치 수건 쓰니?"…요즘 유행이라는 작은 사치[주머니톡]

시계아이콘01분 52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31)감정 관리 위한 '필코노미' 소비 확산
감정 표현 어려운 사회 분위기 영향도

편집자주삼겹살 1인분에 2만원, 자장면 한 그릇에 7500원인 시대다.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2025년 역시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주머니톡(Week+Money+Talk) 연재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물가와 함께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닿은 소비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호텔급 프리미엄 수건, 고급 양말, 편안한 잠옷 등 일상 속 작은 만족을 주는 아이템에 돈을 쓰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기분(Fee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필코노미(Feelconomy)'라고 부르는데, 감정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기분 좋은 소비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감정' 관리하는 현대인들…작은 소비 늘린다
"아직도 돌잔치·칠순잔치 수건 쓰니?"…요즘 유행이라는 작은 사치[주머니톡] 프리미엄 수건 브랜드 '테토'에서 판매 중인 타올. 테토 홈페이지
AD

25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리미엄 수건 브랜드 7곳의 건당 이용액은 2023년 1~5월 5만3000원에서 2025년 같은 기간 7만1000원으로 33.9% 증가했다.


젊은층에서 테토, 웜그레이테일 등 프리미엄 수건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들 브랜드는 독특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으로, 개당 1만~2만원대에 판매된다. 3만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때 수건은 돌잔치나 행사 답례품으로 받아 쓰는 '돈 주고 사기 아까운 물건'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실용성과 럭셔리함을 모두 갖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내년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로 '필코노미'를 제시하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최소화하고 자기만족을 높이려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반응으로 보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인은 이를 스스로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필코노미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아직도 돌잔치·칠순잔치 수건 쓰니?"…요즘 유행이라는 작은 사치[주머니톡]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감정 소비'가 확산하게 된 배경에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6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상적 감정 표현 및 공감 능력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6%는 '행복한 감정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반면 '슬픈 감정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0.5%에 그쳤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사전에 관리하려는 태도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이어진 것이다.

불편한 상황 대신 해결해주는 서비스도 등장
"아직도 돌잔치·칠순잔치 수건 쓰니?"…요즘 유행이라는 작은 사치[주머니톡]

불편한 상황을 대신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환영받고 있는 것도 필코노미 트렌드의 확산과 맞물려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퇴사를 대신해주는 '사직 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다. 대행업체가 의뢰인을 대신해 회사에 직접 연락해 퇴사 절차를 처리해주는 서비스로, 이용료는 평균 2만5000~5만 엔(약 23만5000~47만 원) 수준이다. 평생직장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은 일본에서는 퇴사를 무례한 일로 여기거나, 상사가 사직서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몇십만원만 지불하면 불편한 감정을 대신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사람 대신 전화를 걸어 서비스해지나 요금문의 등 번거로운 절차를 대신 처리해주는 'AI 전화 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파인(Pine)'은 통신사 요금제 변경, 케이블TV 구독 해지, 항공사 지연 보상 요청 등 소비자가 직접 처리하기 부담스러운 업무를 대신 수행해준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대신 해결해주는 '감정 절약형 서비스'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려는 소비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AD

김 교수는 책을 통해 "필코노미는 새로운 기회 요인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우려스러운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며 "필코노미가 가져올 근본적인 위험은 사회가 오직 좋은 기분만을 정상으로 여기고, 부정적인 감정을 비정상이자 반드시 제거해야 할 문제로 취급하게 되는 '감정의 표준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스스로 부정과 긍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능력을 박탈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