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세액공제·보조금 종료·축소
한미FTA 보장 공정·공평 대우 원칙
수용 및 보상 조항 등 위반 소지
전문가 “車·배터리·반도체 등 가능”
트럼프 성격상 “괘씸죄 적용 가능성”
“美사업 포기 결심 아니면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전임 바이든 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이 뒤집히며 대미(對美) 투자 환경이 급변한 것과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ISDS)'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혜택을 축소·폐지(클로백) 조치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적·외교적 부담과 피해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 제기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이전 정부 혜택 축소·삭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돈 낭비"라며 보조금 폐지를 시사했고, 6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보조금이 지나치게 너그럽다"고 언급했다. 7월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기반의 세액 공제·보조금 제도가 조기 종료·축소됐다. 전기차 구입자에게 최대 7500달러까지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던 제도는 예정보다 7년 앞당겨진 지난달 종료됐다. 한미 간 협의로 리스와 렌터카용 상업용 전기차에 한해 받았던 세액 공제 혜택도 없어졌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계가 혜택받던 발전용 세액공제도 당초 2032년 폐지 예정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졌다. 보조금 지급은 2027년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됐다.
"현대차·LG엔솔·삼성전자 등 가능"
이처럼 각종 법안으로 미리 약속했던 인센티브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거나 축소할 경우, 한미 FTA가 보장하는 공정·공평 대우 원칙(제11.5조), 수용 및 보상 조항(제11.6조), 내국민대우(제2.2조) 등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철강 및 소재 분야에서는 포스코와 롯데케미칼, 금융 및 서비스 분야에서 주요 금융지주의 미국 법인들이 ISDS 제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축소했다가 약 40건의 ISDS가 제기됐고, 'Eiser v. Spain 사건' 등에서 패소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를 국제중재 판정으로 불러내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S는 향후 기업 활동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절차라는 평가다.
정치·외교적 부담이 관건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SDS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하며 법리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정치·외교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 로펌의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 정부의 각종 산업·세제·보조금 정책이 표면상 차별적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은 국가안보·공익 목적·조세·보조금 예외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ISDS로 다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도 "트럼프 정부 성격상 ISDS를 제기하면 '괘씸죄'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른 국제투자 분쟁 전문가도 "아주 구체적인 피해와 사유가 있어야만 피해를 입증해 ISDS로 다퉈볼 만한데 전반적으로 법이 바뀌었다고 ISDS를 걸어 이기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을 보면 미국에서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용기가 아니면 한국 기업들이 걸어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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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김지수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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