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머리에 든 재산은 결코 잃지 않는다"…성실함으로 세계 1위 제련기업 일군 개척자[최창걸 별세]

시계아이콘01분 1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34세에 제련사업 도전한 산업화 1세대
기술·자금 없는 창업, 제련산업 개척

34세에 사업에 뛰어들어 50년을 한길로 걸었다.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1941~2025)은 자원 빈국 대한민국에서 세계 1위 제련기업을 일군 '도전의 상징'이었다. 1974년 창립 이후 반세기 동안 그는 단 한 번의 우회도 없이 '기본'과 '정도(正道)'를 믿었다.


1973년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영풍광업에서 재무와 회계 업무를 맡았다. 8개월가량이 지난 어느 날,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나라 전체가 새 산업 기반을 세우려던 시기 그는 아연과 연(鉛)을 제련하는 사업을 제안받았다.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산업이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망설이지 않았다.


"머리에 든 재산은 결코 잃지 않는다"…성실함으로 세계 1위 제련기업 일군 개척자[최창걸 별세]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고려아연 제공
AD

기술도, 자금도, 경험도 없는 창업이었다. 그는 금융회사와 정부 관계자를 수없이 찾아다니며 사업의 타당성을 설득했다. 결국 1974년 8월 1일 단독 법인 '고려아연'을 세웠다. 이후 그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를 직접 찾아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IFC는 70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4500만 달러로 가능하다"며 맞섰다. 자본과 부채 비율도 기존의 6대4에서 7대3으로 유리하게 바꿨다. IFC가 1300만 달러를 대출하고 4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당시 IFC가 투자한 민간기업 중 최대 규모였다.


최 명예회장은 건설 방식에서도 관행을 거부했다. 대형 건설사에 턴키(일괄수주)로 맡기지 않고, 자재 구매부터 공정 관리까지 직접 수행했다. "우리 손으로 세운 제련소여야 진짜 우리 기술이 된다"는 믿음이었다. 공사비는 예산보다 2500만 달러가 절감됐고, 완공 후 500만 달러가 남았다. 온산의 허허벌판에 세워진 제련소는 그렇게 '온산의 기적'으로 불리게 됐다.


그의 경영철학은 부친인 최기호 초대 회장의 가르침에서 나왔다. "손에 쥔 재산은 언제든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결코 잃지 않는다." 배움의 중요성과 자기 성장의 가치를 강조한 그 말은 평생의 좌우명이 됐다. 그는 기업을 사람에 비유했다. "기업이 성장을 멈춘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죽는 것이다. 노화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최 명예회장은 생전에 "나는 혁신이나 개혁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매일 조금씩 발전하면 큰 개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거창한 구호보다 매일의 성실함을 믿었던 경영자였다. 그가 세운 온산제련소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해외 제련소들을 추월했고, '비철금속 코리아'의 상징으로 남았다.


AD

그의 도전은 단지 한 기업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련산업을 '공해 산업'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바꾼 기술혁신, IFC 투자유치를 통한 글로벌 신뢰 확보,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라는 인사 철학은 오늘날 한국 제조업 경영의 뿌리로 자리 잡았다. 최 명예회장이 남긴 말 한 줄은 여전히 고려아연의 현장 벽면에 적혀 있다. "도전은 멈춰서는 순간 사라진다. 변화는 기업이 숨 쉬는 법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715:30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재명이네 마을'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두 사람을 강제로 퇴출했다. 현재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기폭제가 된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