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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중국이 '축소판' 엔비디아 칩을 거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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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저성능 칩에 中 셈법 변화
보안 신뢰 문제에 기술분리 가속도
中, 정책 시장보호 기반 자급 시도

[SCMP 칼럼]중국이 '축소판' 엔비디아 칩을 거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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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H20 칩의 고급 성능을 대폭 낮춘 B40 시리즈를 공개했을 때 워싱턴과 실리콘밸리의 많은 이들은 엔비디아가 영리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중국이 계속 미국 업체들에 의존하도록 안전한 대안을 제시한 셈이고, 엔비디아는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계속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논리는 단순했다. 중국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뭔가'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중국의 답은 단호한 '노'였다. 중국 당국은 주요 기술 기업들에 해당 칩 구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엔비디아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안정성과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얼핏 보면 사소한 기술 분쟁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상 글로벌 기술 정치의 흐름을 바꿀 분기점이 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기술 발전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에서 구축돼왔다. 미국산 칩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의존은 세계화에 참여하기 위한 대가로 묵인됐다. 결국 어느 나라든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전면적인 제한을 가하기로 한 결정은 중국의 셈법을 바꿔놓았다.


미국은 고급형 제품을 차단하는 대신 성능을 낮춘 B40 같은 제품은 허용함으로써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추되 양국 간의 단절은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은 바로 이러한 조치가 중국 내부의 기술 의존 논쟁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한때 중국의 정책 결정자와 기업가들은 미국산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반도체 산업을 일군다는 것은 너무 벅찬 과제로 느껴졌고, 전문가들은 미국을 따라잡는 데 수십 년, 어쩌면 한 세대 이상이 걸릴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고 수준의 기술 접근을 끊어버린 순간, 중국의 논의는 '자급이 필요한가?'에서 '자급이 불가피하다'로 옮겨갔다. 제재가 늘어날수록 '자국 기술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고 이전에는 아득히 먼 미래처럼 보이던 목표가 곧 국가적 당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축소판' 칩을 거부한 결정은 그래서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우선 중국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성능을 제한한 이류 제품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칩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미국이 정해놓은 '기술적 열세'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꼴이 된다.


전략적으로는 중국산 대체재가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자국 칩이 적어도 축소판 엔비디아 제품과는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고 강조한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쓸 만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해외 제품, 그것도 의도적으로 성능을 제한한 칩을 고집해야 하나.


신뢰와 보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언론에서는 축소판 엔비디아 칩에 '백도어(back door)'나 보안 취약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격으로 칩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엔비디아는 부인했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하다. "자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대놓고 규정하는 나라에서 만든 부품으로 미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물음이다.


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 해도 위험은 존재한다. '대국 경쟁'의 시대에서 기술 의존은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곧 국가안보 리스크로 이어진다. 이는 미국이 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바이트댄스를 압박하는 근거와 맥을 같이 한다. 파장은 적지 않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매출 손실이 우려된다. 중국은 최대 고객 중 하나였고, 축소판 제품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미국 기업 전반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타협안'이 번번이 거부될수록 공급망의 탈동조화(디커플링)는 심화할 것이다.


반대로 중국에는 자국 산업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때 엔비디아와 경쟁할 엄두도 내지 못 냈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제는 시장 보호, 규제 지원, 정치적 모멘텀을 등에 업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칩을 대량 생산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핵심 장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러나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의존'은 이제 '취약성'으로 규정됐고, 이를 극복하는 일은 정치적·전략적 과제가 됐다.

미국이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일부 제재를 통해 중국을 관리하려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히려 제재가 중국의 자립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동할 수 있다.


중국이 축소판 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정은 단순 조달 문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중국의 기술 전략이 근본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중국은 다른 나라가 정해놓은 조건에 따라 세계화에 참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길을 개척하기 위해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더 강인하고 자율적인 기술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중국산 AI를 채택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도 공고해질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계속 자국에 의존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독립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이는 세계가 이제 새롭게 마주해야 할 '평행한 AI 생태계'의 부상을 의미한다.


징한 쩡 홍콩시립대학교 공공·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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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China said 'no' to stripped-down NVIDIA chip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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