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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령화 속 노인유치원의 '웃픈' 현실…해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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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호센터·요양원 종사자 처우 개선 필요
열악한 시설·인력난에 근로자들 '고군분투'
지자체 "재원 부족…국가적 차원 지원 절실"

전남 해남군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숨겨져 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해남에 있는 A주간보호센터 문을 열고 들어선 90대 박 모 할아버지. 이곳을 찾은 지 2년째인 박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여성 돌봄사가 목욕을 시켜주니까 영 불편하더라고요" 박 할아버지는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사적인 공간에서 받는 돌봄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줬고, 그로 인해 박 할아버지는 주간보호센터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그는 이제 센터에서의 일상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르포] 고령화 속 노인유치원의 '웃픈' 현실…해법 시급 A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한 어르신이 안마기에 앉아 전신마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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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편해요. 동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유로움이 가장 좋습니다. 식사도 맛있고, 간식도 주고, 심지어 전신 마사지기도 있어 좋아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말이 끝났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보내는 하루가 박 할아버지에게는 단순한 시간이 아닌, '위로' 그 자체가 된 것이다.


같은 시각, 80대 김 모 할머니는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기는 온종일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고, 맛있는 식사에 간식까지…, 노인유치원입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김 할머니는 자신의 즐거운 일상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말한다.


하지만 모든 어르신이 주간보호센터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70대 이 모 할머니는 요양원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요양원은 자유가 없고, 속박당한다고 느껴져요. 건강이 나빠져서 자녀들이 요양원으로 보낼까 봐 걱정이에요. 그곳에 가면 침대에서 못 벗어나 삶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아요" 이 할머니는 요양원의 제약적인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며, 주간보호센터가 여전히 자신에게는 중요한 공간임을 강조했다.

[르포] 고령화 속 노인유치원의 '웃픈' 현실…해법 시급 치매 및 와상환자 상태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을 거부하고 주간보호센터를 5년째 찾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쓰럽다. 이준경 기자

특히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치매 및 와상환자 상태에도 불구하고 5년째 주간보호센터만 고집하는 또 다른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매일 센터에 나와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주간보호센터가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날 오후 2시께 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 B씨는 어르신들의 점심 정리를 마친 후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고, 어르신들을 맞이해서 차량 운행, 아침체조, 프로그램 보조, 화장실 이용 도움, 간식 배식, 점심 준비와 정리까지, 정말 쉴 틈이 없어요" B씨는 자신이 맡은 업무량에 대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가 토로한 가장 큰 문제는 처우의 부족이었다. "요양원 종사자는 월 5만원 특별수당을 받는데, 우리는 처우개선수당으로 2만원을 받아요. 주간보호센터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데 이런 차별을 받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르포] 고령화 속 노인유치원의 '웃픈' 현실…해법 시급 입소한 어르신들과 함께 미니 볼링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주간보호센터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준경 기자

실제 해남군 2025년 예산을 살펴보면, 주간보호센터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처우개선수당은 월 2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요양원 종사자들은 월 5만원을 받는다. 처우 격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주간보호센터에 근무하는 C씨는 시설 부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전신 마사지기는 있지만, 정말 필요한 재활시설이나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 시설이 부족하다"며 "더욱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 부족이다"고 강조했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신규 채용이 어렵고, 기존 직원들도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남에는 노인요양시설이 18개소에 달하는 반면, 주간보호센터는 7개소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주간보호센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이 가족 품을 떠나지 않고도 일정 시간 동안 필요한 돌봄과 활동을 제공받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설 수와 종사자 처우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르포] 고령화 속 노인유치원의 '웃픈' 현실…해법 시급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점심식사 후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준경 기자

주간보호센터와 요양원은 어르신들에게 각기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주간보호센터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일상을 원하는 어르신들에게, 요양원은 24시간 전문적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두 시설 간 종사자 처우 차이는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인력 부족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한 뒤, "노인요양시설과 주간보호센터 예산은 한정적이지만, 지속해서 종사자 처우 개선과 더 나은 시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주간보호센터 처우개선비는 100% 군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올해 재가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처우개선수당 1억5,600만원을 지원하며, 노인요양시설 종사자에게는 특별수당 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노인요양시설 요양보호사 보수교육을 지원하고, 노인주간보호센터 프로그램 운영비로 5,6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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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지역 현실을 고려할 때 시설 부족과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어르신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은 비단 해남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전남의 미래는 더 많은 고민과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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