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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핵심 부품 국산화 50%도 안돼"…로봇산업 키워도 불안[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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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없어 중국 공급망 향하는 韓업체들
韓 부품 국산화율 모터 38.8%·센서 42.5%
中, 구동부품 70% 자체 조달 가능
산업 공급망 부재, 대량 공급 어려워
투자·지원 앞서 "돈이 되나" 반문

편집자주중국 선전의 학교 운동회에는 학부모가 로봇을 데리고 오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로봇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중국에선 로봇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이런 풍경은 쉽게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전 화창베이에선 하루 만에 로봇 한대를 제작할 부품을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로봇은 다시 공장 등으로 투입돼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 반면 한국은 로봇이 연구실과 시제품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화의 출발선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시아경제는 중국 선전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의 구조와 속도를 조명했다. 세계가 이미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국이 놓친 과제를 짚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 전략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지 절박한 해법을 모색한다.

"지금 추세라면 5년 뒤에도 우리에겐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국내 최고 로봇 전문가인 이이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 휴머노이드연구단 박사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미래를 암울하게 내다봤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자본으로 앞서가고 중국은 플랫폼과 대량 생산으로 추격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수익성 여부를 두고 머뭇거린다. "이게 당장 돈이 되냐"라는 물음 앞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부품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국내에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국내 로봇산업 생태계를 키우지 않으면 아무리 로봇을 양산하더라도 결국 외국산에 종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산업 생태계 전무(全無)… 中 의존
"韓 핵심 부품 국산화 50%도 안돼"…로봇산업 키워도 불안[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⑦ 지난 4월1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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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봇 부품 공급망을 따져보면 중국 의존도는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 회사에 가서 필요한 모터 몇 개만 제작해달라고 하면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 개발을 하려면 중국에서 부품을 사오거나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 부족이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한국로봇산업협회 산하 로봇부품협의회 회장)는 "현재 로봇 부품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5년 뒤인 2030년 이후가 돼야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우리 생산 라인에 적용되고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은 감속기 35.8%, 모터 38.8%, 센서 42.5%, 제어기 47.9%에 불과하다. 감속기만 놓고 보면 일본산 점유율이 70%에 달하고 로봇의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서보모터와 제어기의 절반 이상도 일본과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다.


"韓 핵심 부품 국산화 50%도 안돼"…로봇산업 키워도 불안[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⑦


중국의 부품 내재화 속도는 빠르다. 산업용 로봇의 국산화율을 2018년 27.3%에서 2023년 47.2%까지 끌어올렸고 서보 드라이버 국산화율은 40%에서 90%로 높였다. 구동 부품 자체 조달률은 이미 70%를 넘겼다. 정부 차원의 투자도 약 188조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 반면 한국은 K휴머노이드연합 지원금이 1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한국 로봇 산업은 정체성을 잃고 결국 중국 생태계의 일부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실험용 기기가 아니다. 한국의 경제 기반인 제조업 현장의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종속 우려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로봇 양산도 중요하지만 산업 생태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블루로빈 대표)는 "투자 업계에서 당장 3~5년만 바라보고 '우리나라가 꼭 휴머노이드를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자동차, 컴퓨터처럼 전 세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산업화에 성공한다면 자동차 이상의 파급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제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35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1조달러(약 1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LG·현대차, 내년 CES서 휴머노이드 공개
"韓 핵심 부품 국산화 50%도 안돼"…로봇산업 키워도 불안[中 휴머노이드 생태계 대해부]⑦

미국, 중국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이제 발걸음을 떼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6'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CES 무대에서 휴머노이드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보여야 한다는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일부 시제품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1월까지 완성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주요 로봇 기업과 연구기관, 부품 업체가 참여해 정부 주도로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은 CES 현장에 전용 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사내에 신설된 '미래로봇추진단'을 중심으로 삼성리서치와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각각 역할을 맡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산하 '로봇선행연구소'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 사업본부가 가정용 휴머노이드 개발을 병행 중이다. 현대차는 연구개발(R&D) 본부 산하 '로보틱스랩'과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나눠 맡으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를 제외하곤 국내 대기업에서 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 모델은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에이로봇, 로보티즈, 로브로스 등 각 로봇 제조기업들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게 돈이 되나"… '신뢰 자본'에 갇힌 韓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더딘 이유로 대기업과 정부 부처, 연구소의 보수적인 기조를 지적한다. 신기술을 검증할 때 '신뢰 자본'을 우선시하다 보니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대기업과 정부가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두고 '과연 돈이 되느냐'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해 확신 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며 "미국과 중국 공장은 일단 납품해 테스트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실제로 쓸 수 있는지, 로봇을 쓰면 인건비가 절감되는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묻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대기업들은 휴머노이드 사업을 분위기 봐서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 지원 사업 역시 신기술에 과감히 베팅하기보다 투자 필요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준 로브로스 CTO는 "공공기관에선 3년치 정부 과제면 3년치 라이선스만 구매해야지 왜 그 이상을 살려고 하느냐는 분위기였다"며 "정부 지원 대상에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포함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정부 지원 과제가 보통 호흡이 3~4년인데, AI와 로봇 산업 발전 속도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투자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대기업, 벤처투자 업계의 전폭적인 투자와 대규모 공급이 배경이었다. 반면 한국의 투자업계는 미래 가능성보다는 단기 효용 가능성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투자업계의 분위기는 시장이 너무 침체해 있어서 모험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업체가 보이진 않는다"며 "국내 업체들이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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