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밀매 단속에 해군 수천명 동원
경제난 심한 마두로 정권 붕괴 가능성
中 군사개입이 변수…"가능성 희박해"
미국 정부가 마약밀매 단속을 명목으로 상륙작전까지 가능한 수천 명의 해군 및 함정, 잠수함 등을 베네수엘라 해역에 급파했다. 병력의 규모나 전력을 고려할 때,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제난 장기화로 사실상 전쟁 능력이 상실된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무너질 위험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이 전면전보다는 무력과시를 통한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약 단속에 美 해군 수천 명 급파…의도 불분명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역으로 파견된 미군 함선 숫자는 군함 7척, 잠수함 1척 등 총 8척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해군은 미사일 구축함 3척을 먼저 베네수엘라 해안으로 급파했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과의 작전에 참여했던 USS 제이슨 던햄호와 그레이블리호가 카리브해 방향으로 이동 중이며, 동태평양 지역에 배치됐던 USS 샘슨호도 곧 카리브해로 이동해 합류할 예정이다. 전체 함대는 다음주 내로 베네수엘라 해역에 모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당 군함들과 함께 미 해군 이오지마 상륙준비단(ARG) 4500명과 호위함 3척, 상륙작전에 특화된 제22해병원정부대 2200명과 이들을 실은 함정 1척도 함께 베네수엘라 해역으로 집결하고 있다. P-8 정찰기와 잠수함 1척도 해당 해역에서 다른 부대들과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력을 합치면 해안 포대 공격은 물론 지상 상륙작전 개시도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당 부대가 베네수엘라의 마약 밀매조직 소탕을 위해 파견됐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무부는 국가안보 위협 이유를 들며 베네수엘라의 마약 조직인 '트렌데아라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 국방부 안팎에서는 이번에 파견된 미군 전력은 마약 조직 소탕이 아닌 단독 군사작전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약 조직 소탕에 이러한 무력을 배치하는 것은 칼싸움에 대포를 들고 나가는 것과 같다"며 "마약밀수 혐의 선박의 나포 정도는 해안경비대 장교가 지휘하는 경비선 정도로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미군이 타국을 공격할 때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마약 및 테러 조직 등 무장 집단과의 교전은 대통령 승인만으로도 가능해 향후 어떤 작전이 진행될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NYT는 "구체적 작전 의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엄격한 보안이 유지되고 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최근 마약 카르텔 등 테러 집단은 의회 승인 없이 공격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난 장기화로 전쟁 능력 없는 베네수엘라…무기·식량 모두 부족
베네수엘라 정부는 수백만 명의 민병대를 모집해 미군에 대항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지만, 미군이 실제 공격을 개시할 경우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난 장기화로 식량과 석유 부족이 심한데다 옛 소련제 노후화된 무기들도 숫자가 부족해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 군사력 평가 기업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베네수엘라 상비군은 10만9000명, 예비군은 8000명 정도다. 2020년 상비군이 34만명에 이르렀지만 경제난 심화로 많이 감소했다. 전투함은 총 13척에 불과하며 전투기는 40기 정도 보유하고 있지만 노후화 및 정비 부족으로 제대로 운용 가능한 전투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대통령이 450만명을 동원하겠다던 민병대도 정확한 숫자가 알려져있지 않다. CNN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주장하는 민병대 숫자는 450만~500만명에 달하지만 실제 민병대 훈련에 등재된 숫자는 34만명 정도이며, 매년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원은 16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민병대에는 남성은 물론 여성, 어린이, 노약자까지 포함돼있지만, 중화기는 물론 총기도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국민의 상당수가 식량난에 시달릴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인구의 30%에 달하는 약 930만명의 국민들이 충분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없는 '식품 불안정(Food insecurity)' 상태에 놓여있다. 과거 201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2000달러에 달했지만, 미국의 제재와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지난해에는 4500달러까지 급감했다.
"美, 전면전보다 무력과시"…中 개입은 어려울듯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외교관계는 2019년 공식 단절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후안 과이도 전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하고 군사원조를 계획했지만, 과이도 전 의장이 군부 일부 세력과 함께 추진하던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베네수엘라 개입은 자제해왔다. 과이도 전 의장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무력과시를 통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의 제프 램지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현재 베네수엘라와 얽힌 석유 에너지 이해관계나 이민정책에 영향을 줄 수 정도로 베네수엘라를 군사적으로 건드리고 싶어하진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 군사행동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힘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기대 중인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이후 베네수엘라와 경제 협력관계를 체결했고,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 및 차관 제공 등 약 670억달러(약 89조원) 규모의 재정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와는 가까우면서도 중국 본토와는 매우 먼 거리에 위치한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궈춘하이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그동안 석유 무역 확대와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와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며 "하자만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진 않을 것이며, 미국과 직접 충돌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회피하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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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실제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 가능성에 대해 비난 성명은 발표했지만 군사적 지원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21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는 모든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어떤 구실로든 베네수엘라 내정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을 거부하고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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