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필요 높은 버스부터 자율주행 도입
로보 택시보다 초기 투자 비용 낮아
택시 업계 반발 영향에 버스부터 도입
지자체들 자율주행 버스 도입 확산
국내 첫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A01' 타보니
자율주행 선도국가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 모델을 버스보다는 택시에서 찾는다. 반면 한국에선 전국적으로 자율주행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기술력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가 택시보다는 적어 기술 구현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동작A01 내부. 운전석에는 오퍼레이터(안전근무자)가 앉아 있으며 핸들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이 버스 상단에 있다. 좌측에 배치된 세로형 화면은 전방 카메라, 주행 경로와 주변 객체 등을 보여주고, 우측 화면에서는 동작구청 소식이나 공공 안내 콘텐츠가 재생된다. 전영주 기자
◇자율주행 버스 선택은 불가피=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역에 먼저 도입하는 것 아니겠나." 국내 최초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을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 SUM의 현영진 대표는 26일 로보택시보다 자율주행 버스가 먼저 들어서는 이유를 한마디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버스는 운전기사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젊은 친구들은 대체로 기피하는 직업"이라며 "자율주행 버스는 사회적 문제도 같이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로보택시보다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버스는 스타트업의 이해관계와도 부합한다. 자율주행 버스가 사업 초기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이 로보택시보다 낮다. 택시의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의 정밀 지도가 필수다. 정밀 지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천양지차다. 국내 자율주행 업체는 버스 3개 노선을 구축하는 데 2500만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택시의 경우 정밀지도를 구현해야 할 지역이 넓어져 25억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유치도 쉽지 않다. 향후 로보택시 사업이 확대되면 로봇이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을 우려한 택시 업계가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여겨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율주행 업체 대표는 "투자를 유치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대면 평가를 받을 때마다 항상 받는 질문이 '택시업계 반대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본격적으로 로보택시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지도 6개월이 채 안 됐다"고 했다. 또 한국 벤처투자 시장이 미국이나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자율주행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투자유치가 쉽지 않으니 기업들은 지자체 예산에 의존한다. 지자체가 원하는 모델을 받아들이고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을 더는 것이다. 관련 업체 대표는 "로보택시를 보는 시각이 굉장히 부정적인 반면 버스는 공공성이 있다고 여겨져선지 상황이 낫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교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주행 버스를 도입하고 관련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는 아파트 단지와 대형 병원을 잇는 자율주행 버스가 2대 들어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시민이 타게 하고 싶으면 결국 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율주행 버스 확산= 자율주행 버스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나름대로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탑승한 서울 동작구 자율주행 마을버스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의 하나인 제동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인승 이상 차량은 차체가 무겁기 때문에 전동제어가 불가능하고 공압(공기로 가하는 압력)이나 유압(기름으로 가하는 압력) 같은 동력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SUM 관계자는 "공압과 유압까지 전자적으로 가능케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차량 크기가 커서 주행 정보를 인식하는 시스템도 추가된다. 지난 6월 말 운행을 시작한 동작 마을버스 A01은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을 개조해 벨로다인의 라이다·고정밀 위치정보시스템(GPS)·초음파 센서·카메라 등을 달았다. 버스 안에는 2개의 세로형 화면도 좌우로 배치돼 있었다. 좌측 화면은 전방 카메라와 함께 자율주행 시스템이 인식하는 주행 경로와 주변 객체를 시각화했다. 실시간 신호등이나 버스의 속도, 남은 정류장 같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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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자율주행 버스 도입은 확산하고 있다. 서울에선 경복궁과 청와대를 오가는 자율주행 버스 '청와대 A01'이 이미 2022년 12월 운행을 시작했고 이르면 다음 달 말 국내 최초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버스가 청계천을 다닐 예정이다. 부산은 다음 달부터 오시리아 관광단지 일대에서 자율주행 버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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