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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세상이 무너지는데 투자자들은 왜 걱정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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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심 세계질서 붕괴…글로벌증시 낙관적 전망
주식 쏠림 현상…본격 관세 시행 시 큰 타격
대공황 닮은 현실 외면 말아야

[SCMP 칼럼]세상이 무너지는데 투자자들은 왜 걱정하지 않는가 앤서니 로울리 아시아지역 경제·금융전문 기자.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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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고전소설의 제목이다. 나는 이 책이 현재 서구 금융 시장의 상황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처럼 폭풍 전의 고요인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또 다른 작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작품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시 '재림'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 중심은 버틸 수 없다. 순전한 무질서가 세상에 풀려난다"고 썼다. 이후 벌어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고려하면 그는 예지력을 지닌 셈이다.


오늘날 '중심'은 미국을 지칭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하에서 미국은 전면적인 자기파괴까진 아니더라도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의 역할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너지고 있는 것'은 전후 세계 경제 질서이며 무역 전쟁과 실제 전쟁 모두의 영향 아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주식 시장은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과 안일함에 빠져있는 듯하다.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을 현실로 끌어내릴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될 만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왜 주식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 동아시아의 긴장, 위험할 정도로 높은 세계 부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 그리고 물론 기후 변화까지 겹친 상황임에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는지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관세 위협이 막 시작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 영향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크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이러한 관세가 갑자기 철회되지 않는 이상,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보호무역주의는 보복과 신뢰 하락을 통해 스스로를 먹이 삼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투자 과잉 공급과 주식 및 채권에 대한 과도한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 및 기업 연기금에 대한 의무 납입, 생명보험 자산의 증가, 그리고 국부펀드의 급속한 성장은 투자 유동성을 매우 증가시켰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속한 성장은 이러한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자산운용 산업은 운용자산이 사상 최고치인 128조달러(약 17경6538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이 모든 자금은 어딘가에 투자돼야 한다. 현금이나 낮은 수익률의 은행 예금은 '성과'를 중시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므로 실질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주식 시장이다. 그러나 상장된 기업 수는 감소하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수는 5만3795개로, 2022년 초 약 5만8000개에서 감소했다.


한편 상장 주식의 총가치, 즉 자본금은 130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크다. 결국 이는 더 많은 자금이 더 적은 수의 상장 주식을 쫓게 되고, 그로 인해 주가가 더욱 높게 평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금은 급격히 증가하는 투자 자금을 흡수하고 있으며 특히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그러하다.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기축 자산이 됐다. 한편 비트코인과 의심스러운 이름이 붙은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지지자들의 부추김을 받아 더 많은 투자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있어 주식은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다. 무역 긴장과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깊이 빠져 있다. 이들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irregular exuberance)'이라 표현했던 현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과열은 주식 가치 평가를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낮은 수익 전망을 보이거나, 이익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손실을 내는 기업에도 해당한다.


이처럼 부풀려진 금융 자산 가치가 자가 증식하는 사이클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관세를 내야 할 것이다. 생산자, 수출업자, 수입업자, 소비자 또는 이들 모두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 이익과 소비 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고용, 신뢰도, 경제 성장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주식과 채권 투자가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현금에 대한 필요 또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장 붕괴에 대한 공포 또는 실제 붕괴가 촉발될 수 있으며 이는 주식 및 채권 자산의 청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게 되면 채권은 금리 변동성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순간은 1929년 주식 시장 붕괴 직전 상황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일본처럼 차입에 중독된 정부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화폐 발행에 의존하지 않는 한 시스템을 구제할 재정을 마련할 가능성이 작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투자에 대한 집착은 금융 시장이 직면한 근본적인 경제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잠시 가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무관심한 듯 흘러간다. 예이츠가 썼듯이 "최선의 인간들은 모든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가득 차 있다."


앤서니 로울리 아시아지역 경제·금융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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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As things fall apart in the world, why aren't investors worried?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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