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자문단 꾸려 의견 청취
절반 이상 "도입 어렵다" 전해
업종별 온도 차도…맞춤형 접근 필요성
이재명 대통령이 주 4.5일제 시행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제도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건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을 고려해 제도를 장기적·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업종별 특성에 맞는 세심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중소기업 대표, 인사·노무 담당자, 법률 전문가 등 30여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새 정부 노동 정책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선 이 대통령의 주요 노동 분야 공약인 4.5일제 시행, 포괄임금제 폐지, 정년 연장 등에 관한 이야기가 폭넓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단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국내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관련 당국에 전달할 방침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서면으로 건의 자료를 만드는 등 간담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에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에 대해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도입이 현실화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점진적 시행'을 강조했지만, 결국 '할 것은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다. 주 4.5일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제를 주 48시간까지 단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경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 등의 여건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우려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노무 담당자는 "각 기업 대표로 나온 실무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주 4.5일제 도입에 따른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란 이유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업종별로 온도 차가 있었는데, IT 등 기술기반 업종에선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이 뒷받침될 시에 주 4.5일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업종 간 근무 형태가 천차만별인 중소기업의 특성상 정부가 업종·직종을 구분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률적인 접근보다는 업종별 근무방식과 조직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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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이 하도급 형태로 운영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지만, 정보통신산업이나 금융·보험업 등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며 "주 4.5일제가 미칠 파장이나 대응책 마련을 고심할 땐 이 같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접근 자체를 다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법으로 주 4.5일제를 일괄 강제하기보다 초기에는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 중심으로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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