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집행부 대립, 공무원은 '복지부동'
존중과 인정이 위임권자 시민의 품격 높이는 길
세종시 행정집행부와 지방의회 간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목격된다. 일부 의원과 집행부 수장이 본회의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 언론 등을 통해 자주 전해지고 있어서다. 이런 광경이 지속될 경우 정치와 행정을 위임한 시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복수의 관계자는 "시민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들은 시장과 의원 모두가 시민의 대표자"라고 말했다. 요컨대,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선거구 내에서 선출된 시민의 대표이고, 시장도 시민들로부터 선출된 시민의 대표인 만큼, 소속 정당 운운하며 패거리 정치하면서 싸우라고 선출해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의원들은 각각 행정구역별 지역구가 있지만, 시장의 경우는 의원들의 지역구가 다 합쳐진 세종 전 지역이 선거구이자 지역구다. 최 시장은 세종시 행정의 수장으로 평생을 행정업무만 해온 행정가다.
행정 분야에선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그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중 유일하게 정치권이 아닌 오직 행정부에서만 근무해온 인물로,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등에서 활동하다가 행정집행부 수장이 되는 경우와는 다르게 행정부에서만 근무했다.
공직에서 퇴직 후 지방선거에 출마해 광역단체장에 선출된 케이스다. 그만큼, 대외적으로 행정철학과 소신을 갖고 일해왔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고 행정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고위공무원을 거쳐 차관까지 오른 정통 관료 출신 단체장이라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고위직을 넘어 정부의 차관까지 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 시장의 행정업무 능력은 탁월했고, 추진은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와 행정집행부 간 대립과 마찰이 건전하지 못하게 이어지자 의원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의 대표라는 주장을 앞세워 최 시장 체제의 세종시정을 견제하고 있다는 데 비판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의원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곤 전문성이 결여된데다가 정당공천 행사권자의 눈에 들어 의원이 된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원이 되기 이전 과거에 대해서도 의문 또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의원들이 시민의 대표라는 사실은 기본 중에 기본적인데 이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행정 논리에 대응할 논리가 미흡해 에둘러서 말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시정을 견제할 땐 해당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논리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이 본질에서 벗어난 시민의 대표라는 말들을 자주 하는 것 같다"며 "의원 자신의 주장만을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해선 안 되고 상대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시장 역시 우월한 스펙을 갖췄다고 의원들이 시민들로부터 선출된 신분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며 "상호 간의 존중이 깨지는 순간 시민의 대표로서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대표들의 작금의 모습에 대외적으로 세종시민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청취재본부 김기완 기자 bbkim99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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