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제 인사이트]기재부 쪼개기? 도대체 왜 해야 하나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경제 인사이트]기재부 쪼개기? 도대체 왜 해야 하나
AD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부터 기획재정부 쪼개기와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당장 경제 현안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우선순위에서는 좀 밀린 듯하지만 추진 방침은 확고한 것 같다.


경제정책은 크게 거시정책과 미시정책으로 나뉜다. 거시는 재정정책(예산·세제)과 통화정책(기준금리), 미시는 여러 세세한 정책들이 있겠지만 큰 것은 금융정책이다. 맨 위에는 경제총괄, 즉 경제기획(전략)과 부처 간 정책조정 기능이 있다.


▲경제기획원 / 재무부(노태우 정부까지)는 경제총괄·예산 / 세제·금융 ▲기획예산처 / 재정경제부(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예산 / 경제총괄·세제·금융 ▲현 기획재정부 / 금융위(이명박 정부 이후)는 경제총괄·예산·세제 / 금융 등으로 권한이 분리돼 있다.

[경제 인사이트]기재부 쪼개기? 도대체 왜 해야 하나

하지만 재정경제원(김영삼 정부)은 경제총괄·예산·세제·금융이라는 주요 경제정책을 모두 가진 공룡부처였다. 1997년 12월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은의 독립성이 확보되기 전까진 사실상 통화정책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모든 경제권한을 다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권한이 분리돼 있을 때와 달리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거론되는 기재부 쪼개기도 연원을 따져보면 재정경제원 해체다. 기재부 쪼개기의 연원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는 대원칙에 따른 것이다. 부처 간 권한이 어느 정도 분산돼 있어야 어떤 사안에 대해 부처끼리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싸우기도 하면서 좀 더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게 한은의 독립성 확보다. 과거 한은은 재무부(재정경제원 포함)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은 재무부 장관이었다. 1998년부터 한은의 독립성 확보로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이 됐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재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장관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환율 정책(원화 평가절하)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또는 금리 인상 불가를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은 번번이 이성태 한은 총재와 갈등을 빚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데, 물가안정이 제1목표인 한은으로선 기재부 뜻대로 할 순 없었다. 환율(외환정책)은 최종 권한이 기재부에 있어 어쩔 수 없었지만, 기준금리는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했다.


반대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지나친 고금리 정책이 문제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구조조정(부채 축소 등)과 외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강요했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멀쩡한 기업까지 다 죽어나간다며 IMF에 금리 정상화를 강력히 설득하기로 했으나, IMF의 방침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던 한은은 처음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치열한 논의를 거쳐 IMF와 재협상에 나섰고 그게 타결돼 1998년 1월 연 24%에 달했던 시장금리(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기준)가 그해 9월에는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끊어낼 수 있었다.


강만수 장관이 이명박 정부 초기에 글로벌 은행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메가뱅크(산업은행·기업은행·우리은행 합병)는 민간금융의 자율성 훼손과 대형 국책은행의 부작용을 우려한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그런데 지금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자는 것은 어떤 '견제와 균형'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재부가 국회의 예산 증액 요청을 들어주지 않아서? 예산을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이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그건 국회와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또는 기재부가 너무 뻣뻣하고 안하무인이어서? 다른 부처들의 기재부에 대한 시선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으나 그건 기재부 쪼개기의 논리로는 부족한 듯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를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겠다는 것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국가의 에너지 대계를 설계하고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도록 진흥해야 하는 산업부와 환경을 위해 화석연료를 규제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환경부를 통합하면 어느 쪽이든 한 목소리만 나올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할 때다.

마지막으로 최근 만난 전직 기재부 고위 관료의 말로 글을 마친다.


"재정경제원 체제에 대한 타산지석으로 예산, 세제, 금융을 한 부처에 둘 수 없다는 건 명확해진 것 같다. 그중 뭘 떼어내야 할지의 문제다. 정권마다 기조와 방향이 있고, 현 체제에 어떤 문제가 있으니까 개편하자고 하는 것인데 그건 좋다. 그러나 거기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해야 한다.


AD

부처 분리의 비용은 단순히 인사, 총무, 국회 담당, 대변인실 등 부처마다 공통으로 있는 부서의 인력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이미 아래 단계부터 높은 단계까지(사무관·과장·국장·차관보·차관·장관) 부처 간 업무 파트너가 있고, 구축돼 있는 일하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한 부처가 쪼개진다면 그 업무 파트너와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구축해야 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국가서 36억 빌려 투입하자 확 달라졌다…자동화·자원화 된 도축장⑤
    국가서 36억 빌려 투입하자 확 달라졌다…자동화·자원화 된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FTA(자유무역협정)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