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출장 뒤 유튜브에 영상 올려
푸틴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미국 정보기관 총괄 수장이 '인류를 멸망시킬 핵 위기를 전쟁광들이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정부 현직 관계자로부터 "극도로 드물게 나오는 발언"이라는 반응과 함께, 그간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서방측을 압박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0일(현지시간)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 다녀왔다"며 3분 31초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는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히로시마 출장을 다녀온 개버드 국장의 소감과 원폭 투하에 따른 끔찍한 피해 장면이 담겼다.
1945년 8월6일 미국의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만 14만명이 즉사하거나 그 해 연말까지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개버드 국장은 "히로시마에 이토록 엄청난 파괴를 일으킨 단 한 개의 폭탄은 오늘날의 핵폭탄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었다"며 "오늘날의 핵무기는 단 한 발로 몇 분 만에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핵전쟁에 따른 전멸의 위기에 근접해 있으며, 정치 엘리트들과 전쟁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강대국 간의 공포와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마도 그들이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핵 대피소를 자신과 가족은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짓을 그만두라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우리 민중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개버드 국장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겨냥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국가정보국장보다는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에게 어울리는 어조"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이 휴전을 거부하는 러시아에 대해 좌절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AFP는 일본 언론이 해당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 현직 관계자로부터는 '극도로 드물게' 나오는 발언이며, 히로시마 원폭 투하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던 미국 정부의 과거 입장과는 어긋난다"는 평을 내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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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해당 영상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자폭탄이 일으킨 파괴와 고통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무장 해제를 향한 다양한 노력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끔찍한 인명피해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과 함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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