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책 기대감
기대감에 의한 급등, 진정국면 진입 전망
동반 급등 후에는 옥석가리기 진행될 것
새 정부 정책 기대감에 지주회사들이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한 만큼 점차 진정 국면에 진입,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지주회사들이 줄줄이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두산은 장중 60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감가는 7.1% 오른 58만8000원이었다. 최근 3일 연속 큰 폭의 상승세다. SK도 3일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하며 장중 20만45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4.65% 오른 19만5700원에 마감했다. 한화도 장중 9만74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1.43% 상승한 9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중순 5만원대였던 한화의 주가는 9만원대로 껑충 올라섰다.
이 밖에 CJ, 효성, LS, LX홀딩스, HD현대, 현대지에프홀딩스, 롯데지주 등도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주회사들의 이 같은 강세는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상법 개정안 통과, 자사주 강제 소각, 지배구조 개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통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재평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대기업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라는 특성상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보다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진다. 양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와 같은 사례들이 줄어들며 주주가치의 제고와 할인율 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 강제 소각도 지주사 주가의 리레이팅(재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롯데지주, SK, 두산, HD현대 등은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라고 덧붙였다.
증시 부양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부양 과정에서 대표적인 저 PBR 섹터인 지주회사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지주회사의 저평가는 자회사 중복상장, 상속·승계 과정에서의 주가 부진,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등이 주요 원인이다. 정책적으로 지주회사 할인요인에 대한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PBR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급등 현상은 진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주력 사업 업황, 자체 상승 모멘텀 보유 등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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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연구원도 "지주회사들의 주가는 무차별적으로 올랐는데,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 내 지주회사 편입 비율이 매우 낮아 일시에 수급이 쏠린 영향도 큰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요인이 지속된다면 지주회사 주가는 향후에도 집단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나 기대감이 사라진다면 결국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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