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 쟁점
대법원 "포스코, 합리적 이유 있다"
복수 노조가 있는 포스코가 각 노조에 차량을 제공하며 조합원 수에 따라 차량 대수와 사용 기간을 배분한 것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공정대표 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포스코(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욱래·김상민·김경한·정영훈·이성진 변호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재심판정 취소 소송(2022두64693)에서 5월 15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사실관계]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포스코노조는 포스코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했고, 2018년 12월 포스코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됐다. 포스코는 교섭대표노조인 포스코노조와 2019년 단체교섭을 하며 단체협약 유효기간인 2019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0개월간 노조에 렌터카 3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중 2대를 조합원 수가 약 6500명인 포스코노조에 제공하고, 나머지 1대는 20개월 중 15개월은 포스코노조에, 5개월은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배분했다.
전국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주장하는 조합원 수는 약 3300명이었으나, 체크오프를 기준으로 하면 약 600명이었다. 체크오프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전에 조합비를 미리 공제해 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 징수방법이다. 이에 포스코지회는 "회사의 렌터카 차량 배분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4 제1항은 사용자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금지 의무를 부과한다.
경북지노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포스코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재차 신청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포스코 측은 "차량 배분은 회사와 교섭대표노조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어서 교섭대표노조의 동의 없이 회사가 단독으로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므로, 포스코는 교섭대표노조 없이 단독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각 노조의 조합원 수, 교섭요구사항 등을 고려하면 차량 배분을 달리할 필요성이 있어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포스코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포스코는 각 노조 조합원 수에 비례해 차량 사용 기간을 배분했고, 포스코지회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교섭대표노조와 배분함에 있어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에 동의했으므로 포스코는 차량 배분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포스코지회는 포스코가 제공하는 차량이 총 3대임에도 자신에게 2대의 차량을 제공해달라고 하는 무리한 요구를 했을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차량 지원 기준에 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차량 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 수만을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량 지원과 근로 면제시간 배분은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유사한데, 이 사건 노사합의 제1조 제6항이 근로 면제 시간 배분 기준시점을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차량 지원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배분 기준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의 조합원 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대표 의무를 부담하는 포스코로서는 포스코지회의 조합원 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며 "포스코의 주요 사업장들이 원거리에 분산돼 있으므로 노조 활동을 차량 지원이 필요한 점에서, 특정 기간에만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는 포스코지회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각 노조에 임차비용 지급 방식으로 차량을 지원하면서 2019년 10월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사용기간을 배분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상대방으로 정한 것이지, 근로 면제시간이나 시설·비품 등을 배분하는 기준시점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참여 시'로 정한 취지라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정한 근로 면제시간 배분 기준도 원칙적으로는 '이 사건 노사합의일', 즉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증가되어 배분이 가능했던 시점의 조합원 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포스코지회에 '조합원 수에 이의가 있다면 추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음에도 포스코지회는 이 사건 차량 지원 시까지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실제 조합원 수의 확인 방법에 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요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일괄공제 내역에 따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 지원을 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용자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는 노조 사무실과 달리 차량은 노조가 스스로 임차해 사용함에 특별한 제약이 없으며, 이 사건 차량 지원도 실제로는 차량 임차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포스코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포스코지회가 특정 기간에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차량 지원의 합리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리인 의견]
포스코를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 낸 김상민(46·사법연수원 37기)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소극적 의무라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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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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