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과기대 "하버드대 유학생 수십 명 문의"
홍콩 당국, 인재 유치활동 독려
미 인재 복귀·중 두뇌 유출 막으려는 시진핑 지도부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홍콩의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서 인재를 불러들이고, 중국 본토에서의 두뇌 유출을 막으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전략이 깔려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홍콩 국립대학인 홍콩과기대(HKUST)는 이미 하버드대 유학생 수십 명으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특히 중국 본토와 홍콩 출신 유학생 및 입학 예정자들 사이에서 '학업 중단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 취소를 통보했다. 또 하루 뒤에는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 발표 이후 HKUST는 "유학생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며 편입 절차 지원과 학생 생활 지원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하버드대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대학에서 학업 중인 우수 학생들도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미국 내 다른 학교로 확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홍콩대학교(HKU)도 하버드대 유학생 및 연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편입 시 장학금과 학점 인정 등의 우대 조치를 제안했으며 홍콩이공대(PolyU)는 장학금 제공 및 편입 수속을 위한 특별팀을 구성할 방침이다.
홍콩 당국도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독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콩 정부 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같은 달 27일 "미국에서 차별과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학생들이 홍콩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유학생 정원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총 1만158명의 유학생 및 외국 국적 연구자 중 중국 국적자는 2126명으로 가장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을 겨냥한 조치를 내놓자마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를 비판하며 "해외에 있는 중국 학생과 학자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홍콩 당국이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와 지원에 나선 것은 단순히 중국인 학생 보호를 넘어서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지도부는 '자립자강(스스로 서고 스스로 강해진다)' 노선을 내세우며 우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유학 중인 최우수 인재의 귀환은 시진핑 지도부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홍콩이 이런 인재를 흡수하는 선봉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두뇌들이 학문의 자유 위축 등을 우려해 중국 본토를 떠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미 대학 옥죄기는 중국이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닛케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내 혼란이 두뇌 유출을 저지하고 인재를 되돌릴 기회가 되는 셈"이라며 특히 홍콩의 대학들이 미국 유력 대학 인재들을 수용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전통을 이어 영어 기반의 교육·연구 체제가 정착돼 있고, 세계적 명성을 지닌 대학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교육전문지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imes Higher Education·THE)'이 발표한 2025년 세계대학랭킹에 따르면 HKU는 35위, 홍콩중문대는 44위, HKUST는 66위 등 100위권에 홍콩 대학 5곳이 포함됐다. 일본은 3대 국립대학인 도쿄대와 교토대 두 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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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 특유의 정치사회 분위기가 촉발한 학문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가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30일은 사회 통제를 강화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시행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닛케이는 한 현지 대학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포함한 연구 주제는 대학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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