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서 17일 만에 재회하는 러·우크라
고위급 협상 재개
우크라, 시베리아 러 공군기지 공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오는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다시 마주 앉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2일(월요일)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우리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튀르키예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2차 협상이 이스탄불의 츠라안궁(宮)에서 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께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2차 협상 일시와 장소를 통보한 지 나흘 만에 공식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이 제안한 미·러·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 개최를 거부하고, 대신 이스탄불에서 고위급 협상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까지도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회담 의제와 휴전 조건을 명시한 '각서'를 먼저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러시아는 "협상장에서 설명하겠다"며 맞서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 하루 전인 1일, 우크라이나가 협상 참여를 확정하면서 지난달 16일 이후 17일 만에 양국 고위급 인사들이 다시 대면하게 됐다. 다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협상을 위해 작성한 '로드맵'에는 최소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전제로 한 계획이 담겨 있다. 이후 전쟁포로 전원 교환, 러시아에 의해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아동의 본국 송환 등 조치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합의를 도출하자는 구상이다.
이 문서는 러시아에도 사전에 전달됐으며,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중립을 강요하지 말 것과 함께 크림반도를 포함해 2014년 2월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를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명시했다.
내용 대부분은 그간 우크라이나 측이 지속적으로 밝혀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러시아 측 요구와는 여전히 이견이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중립국 지위와 비동맹·비핵 정책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양국은 1차 협상에서도 1000명 규모의 포로 교환에는 합의했으나, 주요 쟁점에서는 입장차만 드러낸 바 있다.
전장에서는 협상 전날까지도 충돌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를 포함한 4곳의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러시아 전투기 40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전선에서 4300km 이상 떨어진 시베리아 깊숙한 지역을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사이 드론 472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으며, 이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하루 동안 이뤄진 공격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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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와 쿠르스크주에서는 교량 2곳이 폭발로 붕괴되면서 최소 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는 이 공격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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