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免,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
내달 2일 조정 기일
업황 부진에 과부담 호소
한시 감면 해외사례…"운용의 묘 필요" 주장도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업황 부진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차료를 인하해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법원과 관계기관이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의 임차료를 깎아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들 사업자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한시적인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29일,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지난 8일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깎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한 조정 기일은 다음 달 2일이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입찰자가 예상하는 여객 1인당 수수료에 공항 이용객 수를 곱해 산정한다. 업체별로 고정 임차료를 납부하는 방식에서 2023년 산출 방식이 바뀌었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그해 면세 특허권 입찰에 나서면서 여객 1인당 수수료로 약 1만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객단가의 80% 수준으로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될 것을 예상한 수치다.
실제 지난해 인천공항을 이용해 출국한 여객 수는 3531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수준(3556만명)을 회복했으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조181억원으로 2019년 2조7958억원 대비 27.8%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내국인들이 면세점을 이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과거보다 출국 수속에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 면세 쇼핑을 위한 여력이 줄었다"며 "무엇보다 매출 비중이 큰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이 이전보다 감소했고, 이들 관광객의 씀씀이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고 짚었다.
반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판매 실적 감소에도 매달 300만명 수준인 인천공항 이용객 수를 반영한 산정 기준에 따라 월 300억원가량을 임차료로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 기준 각각 3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신라는 연 매출(3조2819억원)의 11%, 신세계는 연 매출(2조60억원)의 18%를 임차료로 지불한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697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고,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손실 359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들 면세점은 올해 1분기에도 각각 50억원과 2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 특허권을 따낸 이들 사업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대 주체인 인천공항과 면세업계가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임차료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홍규선 동서울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항공·관광 산업의 위기 진단과 해법 모색 : K-면세산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임차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한 해외 공항 사례를 언급하며 이와 같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코로나19 이후 면세사업자에 대한 임대료를 35% 감면하고,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이 최소보장금액의 75%를 인하한 점 등을 참고할만한 사례로 제시했다.
홍 교수는 "인천공항은 우리나라를 출입하는 관문이자 관광산업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유지와 국내 면세업계, 나아가 인천공항의 시설 경쟁력 등을 고려해 주무 부처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한시적으로 임차료 부담을 덜어주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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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공항공사 측은 "(면세업계가 낸)조정 신청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나 현재 임대료 인하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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