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국가신용등급 전격 하향
5경원 규모 연방정부 부채 지목
美, 3대 신평사서 모두 최고 등급 박탈
"충격 제한적" 전망에도 美 국채 매도 우려
美 재무 "바이든 정책으로 인한 후행 지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 급증을 지목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트리플A에서 전격 강등했다. 이로써 미국은 3대 신평사에서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박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충격에 이어 국가 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치며 미 국채를 비롯한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을 조 바이든 전 행정부 탓으로 돌리며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美, 연방정부 부채 5경원…3대 신평사서 모두 최고 신용등급 박탈 '수모'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2023년 11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지 1년여 만에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미국은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잃었다. 앞서 피치는 2023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2011년 8월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무디스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급증을 지목했다. 무디스는 "이번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은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율이 지난 10년 이상에 걸쳐 유사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 조치"라며 "우리는 미국의 상당한 경제적·재정적 강력함을 인정하지만, 이는 더 이상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200억달러(약 5경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23%에 이른다. 연방정부가 거두는 세수보다 지출이 많다 보니 장기간 재정적자를 내고, 국채를 찍어 재원을 충당하다 보니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회보장제도·의료 서비스 등 의무지출과 국채 이자 비용이 급증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막대한 돈 풀기에 나서며 재정적자가 급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주장하면서 향후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세수 감소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관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디스는 "미 행정부와 의회는 대규모 연간 재정적자와 이자 비용 급증 추세를 뒤집을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현재 논의 중인 재정 정책 제안들은 앞으로 수년간의 의무지출과 적자의 실질적인 감축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미 연방정부의 재정 전망도 어둡다. 무디스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 재정적자 비율은 2024년 6.4%에서 2035년 9%로 상승하고,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98%에서 134%로 급등할 것으로 봤다.
월가 "충격 제한적" vs "셀 아메리카 가속화"…美 재무 "바이든 정책으로 인한 후행 지표"
월가는 이번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미 국채 투매 등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부채 리스크는 심각하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과 함께 관세 정책으로 혼란스러웠던 미 국채 시장 불안을 다시 자극하고 셀 아메리카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토마스 손튼 창업자는 "이번 무디스의 조치는 미국 시장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국채 금리가 더 빠르고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우려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맥스 고크먼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는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감세) 계획으로 재정적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신용등급 강등은 당연한 일"이라며 "투자자들이 국채를 다른 안전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면서 부채 상환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이는 미 국채 가격의 위험한 하락 국면, 달러화 추가 하락 압력, 미 주식 매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CIO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경고음일 순 있지만, 처음은 아니다"라며 "채권 투자자들은 부채 이슈를 모두 알고 있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8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디스 조치는 후행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전 행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의료 보장 확대 등 지출 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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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를 향해 "아무도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는 반복해서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부채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지만,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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