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욕다이어리]美 걸스카우트 쿠키에 드리운 관세 그림자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미국 타블로이드지 뉴욕포스트에 최근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걸스카우트 쿠키의 뉴욕시 판매량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걸스카우트 단원들은 해마다 1월부터 4월까지 지역 사회를 돌며 직접 쿠키를 판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은 110만상자로 2014년(100만상자)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122만상자)보다도 판매가 10% 줄었다. 쿠키 한 상자 가격이 1년 사이 5달러에서 7달러로 급등하자,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이 매체는 쿠키 판매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목했다. 쿠키 가격이 뛰기도 했지만, 관세로 인한 추가 물가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봤다. 관세발(發) 불황의 그림자가 아이들이 손수 파는 쿠키 상자에도 드리워진 셈이다.


[뉴욕다이어리]美 걸스카우트 쿠키에 드리운 관세 그림자
AD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 위축은 외식업계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맥도날드의 올해 1분기 미국 내 동일 매장 매출은 1년 전보다 3.6% 줄었다. 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해 소비자 부담을 낮춘 5달러짜리 햄버거 세트 메뉴까지 내놨지만, 매출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방문이 10%가량 줄었다. 치폴레, 피자헛, 스타벅스 등도 예외 없이 매출이 감소했다. 미국인들은 이제 햄버거, 피자, 커피처럼 일상적인 소비조차 줄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소비 위축 이면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모든 나라에 두 자릿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에는 무려 145%라는 초고율 관세를 매겼다. 4월2일 상호관세가 공식화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소비 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특히 대형 할인마트 등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에 의존하던 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서민층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가장 역설적인 점은 관세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란 데 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은 관세를 통해 미국에 공장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트럼프의 약속을 믿고 표를 던졌다. 하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인상은 미국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고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킴벌리 클라우징 UCLA 로스쿨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의 역진성을 지적했다. 그는 "관세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 세 부담을 더 많이 지운다"며 "트럼프는 그가 돕겠다고 약속한 노동자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불안을 안기고 있다"고 직격했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자유무역으로 저렴한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트럼프가 열어젖힌 보호무역 시대엔 같은 물건도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관세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닌, 서민을 옥죄는 자충수가 된 셈이다.


이제 미국 내 여론도 돌아서고 있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던 트럼프는 취임 후 짧은 허니문을 끝내고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취임 100일 직전 지지율은 39%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관세 폭격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지난달 주식, 달러, 국채 등 3대 자산이 동반 급락했고 미국 내 불만은 더 커졌다.


AD

대외적으로도 중국이 관세 압박에 전혀 굴복하지 않고 있고, 캐나다·유럽연합(EU)도 협상과 동시에 대미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안으로는 소비자와 기업의 반발이 거세다. 트럼프의 관세로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지만, 미국 경제 역시 그 역풍을 피하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추진력과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는 오락가락 관세 정책 속에서, 어쩌면 지금 가장 다급한 쪽은 트럼프 자신일지도 모른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6.1114:00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출신 대학을 보고 채용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도 없다."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는 아시아경제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채용할 때 지원자의 능력보다 '출신학교'를 보고 뽑기 때문에 학벌 경쟁이 벌어지고, '학벌'을 얻기 위해 사교육비 폭증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창립한 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벌 없는 채용'이 핵심이라고 보고, 기업의 채용 변화에 나

  • 25.06.1114:00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대학 특성화를 통해 지방 대학을 살려야 서울 중심 대학 서열 체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 소장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는 교육을 넘어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대학문제연구소는 대학 문제가 고등교육만이 아니라 인구, 사회불평등구조, 국민복지, 지역균형발전 문제 등 국가 의제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아래 해법을 연구해

  • 25.06.1114:00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은 N수생인 시대다. N수생 증가는 수능 대비를 위한 사교육 증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불평등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할 대표적인 교육 문제로 꼽힌다. 최근 N수생 실태를 조사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잦은 입시 정책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남궁 연구위원은 "2019년 조국

  • 25.06.1015:00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하나의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할 게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 넬슨(Ben Nelson)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별로 자체적인 입학 기준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넬슨 설립자는 대학의 인재 선발 확대가 수험생(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

  • 25.06.1015:00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은 '입시 지옥'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인 토론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아시아 경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교육부터 대학 교육까지 지식 전달식(주입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짚으면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교육보다는 암기,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이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 25.06.1408:00
    트럼프가 가로막은 하버드 유학…美 대학 전역으로 퍼지나
    트럼프가 가로막은 하버드 유학…美 대학 전역으로 퍼지나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를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면서 전 세계 유학생들 사이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몇 주간 세 차례에 걸쳐 하버드 대학교 유학생 등록을 막고 비자 발급을 취소하려 했지만, 매번 미국 연방법원의 제동에 부딪혔다. 하

  • 25.06.1109:50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 시사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첫인사는 무난했다. 문재인 정부 첫인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 교수는 "당장은 경제가 급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가의 장기 발전과 관련한 인프라를 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입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

  • 25.06.0707:30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최근 미국 월가에서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멕시코 음식 타코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기자에게 "무례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의 신조어 타코는 'Trump Always Chicken

  • 25.06.0517:15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5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와 위기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단기보다는 중장기를 준비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키맨은 이준석·한동훈이 될 것"이라면서 "총선이 많이 남아 있어 국민의힘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승부는 이미 결정된 선거였다. 기본적

  • 25.06.0417:35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49.42%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0.98%)를 제쳤다. 4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계엄에 대해 심판하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가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