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 '의지의 연합'과 美간 첫 고위급 대화
미국과 우크라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외교·안보 대표단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한 릴레이 회담을 열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주도하는 국제 연합체 '의지의 연합'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의 사실상 첫 고위급 대화다. 참석자들은 이날 '견고한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으며 다음 주 런던에서 다시 만나 종전 협상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오찬 회담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 루비오 국무장관과 위트코프 특사가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담엔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 장관과 에마뉘엘 본 대통령 외교 고문도 함께했다. 영국의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도 마크롱 대통령 초청으로 참석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회담에서 유럽과 미국 간의 관세 문제와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랑스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루비오 장관과 바로 장관이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부 장관이 파리에 방문했다. 독일에서도 옌스 플로트너 국가안보보좌관이 엘리제궁을 찾았다.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다자 회담을 이어갔다. 오전 10시엔 프랑스와 영국, 독일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났으며, 11시 30분엔 유럽 대표들과 미국 대표단이 만났다.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은 오전 회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며 "전면적인 휴전 이행, 다국적 군부대의 참여, 우크라이나를 위한 효과적인 안보 체제 구축 등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 대표단이 모두 참여하는 포괄적 회담은 오후 3시에 열렸다. 오후 5시엔 마크롱 대통령과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까지 합류한 전체 회동이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측과 오찬을 가졌고, 회담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모두가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며 "문제는 단계적 평화다"라고 말했다.
켈로그 특사는 회담 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위트코프 특사가 지난 11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온 지 6일 만에 열린 만큼 이날 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종전 협상에 대한 입장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위트코프 특사는 앞서 지난 1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제안한 평화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5개 영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 발언에 대해 이 지역을 결코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영토 보전과 국경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회의 참가자들은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이날 논의가 끝난 뒤 엘리제궁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현재 러시아가 여러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릴레이 회담에 대해 유럽이 참여하는 긍정적인 과정의 시작을 알렸다며 "견고한 평화 목표에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5개 국가 대표가 다음 주 런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회의의 목적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제안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루비오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 켈로그 특사가 참석했다는 점에 대해 "유럽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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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루비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통화하며 파리에서 이뤄진 우크라이나 및 유럽 국가들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알렸다고 밝혔다. 다음 주 미국·우크라이나·유럽의 런던 회동이 예정된 것을 고려해 양국 장관은 신속한 소통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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