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中과 관세 협상 타결 낙관
파월은 관세 정책 우려…향후 통화정책 주목
트럼프 또 "파월 해임" 압박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이 각국과 진행하는 관세 협상과 이번 주 어닝 시즌에 돌입한 기업들의 실적을 소화하며 경계감 속에 시장을 관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을 재차 거론하며 통화당국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를 가중했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7.16포인트(1.33%) 내린 3만9142.23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포인트(0.13%) 오른 5282.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71포인트(0.13%) 떨어진 1만6286.45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각국의 관세 협상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중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지수가 낙폭을 줄였지만 전반적인 지수 반등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관세 90일 유예가 끝나기 전 EU와 무역 합의를 100% 타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중국과 매우 좋은 협정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멕시코, 일본 등과 매우 생산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개 논평을 자제해 온 파월 의장도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전날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관세 인상 수준과 범위가 Fed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물가 안정, 최대 고용이란 이중 책무가 충돌하는 어려운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 만에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며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 "내가 그를 '아웃'시키고 싶다면 그는 정말로 빨리 쫓겨날 것"이라며 "(파월 의장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리 정책도 "정치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오전엔 SNS에서 "그(파월 의장)는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파월의 해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팀 총괄은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지만 Fed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시장의 반응이 형성됐다"며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 Fed의 독립성이 논의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모두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하는 이른바 '파월 풋' 기대감이 꺾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F)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전날 14.7%에서 이날 9.6%로 하향했다. 6월 인하 가능성 역시 소폭 낮추긴 했지만 59.9%로 여전히 높게 점치고 있다.
노스라이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이 이중 책무에 대해 현재 반대 의견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분명히 투자자들의 신경을 건드렸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6~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직전 주 수정치보다 9000건 줄어든 21만5000건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22만5000건)를 밑돌며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연방정부 구조조정이 경제에 미칠 여파를 가늠하고자 시장은 고용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유나이티드 헬스가 실망스러운 올해 1분기 분기 실적 발표와 연간 실적 전망 하향 후 22.38% 급락했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 임상 시험 성공 후 14.36%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2.93% 하락했다. 미 상무부가 엔비디아에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새로운 허가를 받도록 하면서 주가가 내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H20의 대중 수출이 막히면 회계연도 1분기(2~4월) 5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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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bp(1bp=0.01%포인트) 오른 4.3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bp 오른 3.8%를 기록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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