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동결·인하 의견 1인…향후 3개월 만장일치 인하'
1월 금통위와 오버랩…불확실성 숨 고르기 상황 유사
이 총재 "5월 경제전망 확인 먼저" 발언 수차례
"성장률, 기존 전망 상당폭 하회" 예상한 상황서
'5월 성장 전망 하향+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확 들어온 느낌…어두워진 상황에는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나."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연 2.75% 유지) 결정에선 지난 1월 금통위 상황이 겹쳐 보였다. '금리 인하 사이클 속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숨 고르기' 차원의 동결이란 점에서다. 금리 동결 결정과 1인(신성환 금통위원)의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금리 인하 만장일치 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결을 같이 했다. 이달 금리 동결을 이끌어낸 주요인은 실체를 드러낸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따른 통상여건 불확실성이다.
"5월 경제전망 확인 먼저" 판단 이연 발언, 해석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17일) 금통위 금리 결정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5월 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모두발언에서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 당시 '비관 시나리오(올해 1.4% 성장)'보다 낮은 수준일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올해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각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영향에 대한 물음에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5월 경제전망을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는 답변으로 판단을 이연했다.
일차적으로 이는 말 그대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시점에선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를 예측하는 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다만 경기 판단 방향성은 명확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올해 1분기 성장 부진과 예상보다 '상당히 강화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서다. 특히 올해 1분기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둔화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에서 1분기 0.2% 성장을 점친 바 있다. 이 총재는 정치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된 점, 대형 산불과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과 같은 이례적인 요인이 가세한 점 등을 1분기 성장률 부진의 근거로 들었다.
'아직 베이스라인도 못 잡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올해 성장률이 종전 비관 시나리오(1.4%)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는 점 역시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봤을 때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하더라도 대중국 관세율이나 품목별 관세율, 10% 기본관세 등에서 이미 지난 2월에 전망했던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5월 전망치에는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월 성장 전망 하향+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
시장의 '5월 인하론'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됐음에도, 성장의 하방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1월 금통위와 전개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도 다음 달 금리가 내릴 것이란 의견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1월 역시 저성장 우려와 함께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가 인하를 향해 있었고, 2월 성장 전망 하향 조정과 함께 금리 인하가 이뤄졌다. 이 총재 역시 "5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에 5월에 발표될 전망 수정치와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좋겠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달 동결 결정에 무게추를 더한 금융 불안정과 한미 금리차 우려 등은 확인해야 할 변수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 축소 여부는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각국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인플레이션과 성장 변화와 이에 따른 미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영향이 남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될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원화가 여전히 펀더멘털보다 절하돼 있는 건 미·중 관세전쟁 국면에서 중국과의 밀접한 교역 관계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환율이 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정도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적당한 레벨'에 왔는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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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우려 역시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화정책 조정에 앞서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으로 당분간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책금리는 4.25~4.50%로, 한미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결정 시 한미 금리차 부담의) 영향을 받겠지만, 기계적으로 (숫자 만을 보고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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