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제재를 코앞에 둔 구글이 돌연 동의의결 신청 의사를 밝혔다. 공정위가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지 두 달 만에 전격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자발적 시정과 피해보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면 과징금과 수년간의 법정 공방 비용, 위법 판결에 따른 법리적 후유증 등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규제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통상 문제를 지렛대로 행정처벌을 피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시정조치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타진 중이다. 공정위는 향후 제출될 시정방안을 포함한 동의의결 절차의 인용 여부를 전원회의를 열어 판단하게 된다. 전원회의를 통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가 인용되면 사건은 조기 종결되고 위법성 여부도 판단하지 않는다. 구글이 충분히 타당한 시정방안을 마련해 제시할 경우 다음 달 전원회의 열 가능성도 있다.
제재 코앞, 기습적 동의의결 신청 왜?
구글은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주력 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인기 없는 다른 상품인 유튜브 뮤직을 묶어 판매해왔다. 음원 서비스가 필요없는 이용자들도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유튜브 뮤직을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다른 경쟁 음원 사업자와의 공정한 시장 경쟁을 막는 각종 횡포를 부린 혐의 등으로 공정위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구글은 당초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서 지적한 위법 사항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난 2월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제기한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법적 다툼을 선언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글 측 의견서를 반영해 구글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조만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구글은 돌연 위반 행위를 자진 시정하고, 피해구제를 위한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며 동의의결 신청 의사를 밝혀왔다.
구글이 기습적으로 동의의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한미 간 통상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행정처벌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비관세절벽 중 하나로 지목하자, 미국의 반발과 통상마찰 우려에 공정위가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해 고발 요건에 해당하면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동의의결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구글 시정방안 어떤 내용 담길까
문제는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일 것인가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구글에 자진 시정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일부 나오고 있다. 예정대로 제재를 내리면 행정소송으로 번져 3~5년씩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그러는 사이 문제가 된 행위의 법적 판단은 유보되고 구글의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 강화할 수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는 "IT산업의 동태적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3~5년 후에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며 "긴 법정 공방 후 공정위가 승리한다고 해도 구글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을 뿐 피해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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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동의의결을 수용하려면 법 위반 사항에 대한 구글 측 원상회복 방안과 피해구제 방안이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공정위가 구글에 지적한 위법 사항은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주력 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인기 없는 다른 상품인 유튜브 뮤직을 묶어 강제로 판매한 행위, 이로 인해 끼워팔리는 상품인 유튜브 뮤직이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된 사실 등이다. 이에 따라 구글의 시정방안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유튜브 뮤직이 빠진 별도의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 상생 기금 출연 등이 담길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과징금 처분 대신 직접 소비자(기업)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동의의결을 신청하는 만큼 제재 수준에 상응하는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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