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 백악관 방문
트럼프 "당신도, 우리도 범죄 막길 원해"
연방대법원 '송환' 판결에 "테러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만나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합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를 수용해준 부켈레 대통령에게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에 의해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주민들은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갇히고 있는데, 이에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켈레 대통령을 향해 "당신과 함께 일하게 돼 감사하다. 당신은 범죄를 막길 원하며, 우리도 그렇다"며 "엘살바도르 국민은 멋진 대통령이 있다. 매우 젊었을 때부터 (부켈레 대통령을) 알았는데 (아직도) 10대처럼 보인다"며 칭찬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추방한 이민자 중 일부가 갱단 소속이 아닌데도 부당하게 세코트에 갇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된 이주민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29)를 미국으로 데려오도록 시도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명령했다. 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부는 심각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서두르는 대신 단순한 행정 오류로 이를 치부했다"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법원이 개입하지 않으면 미국 시민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투옥하거나 추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방대법원 판결대로 엘살바도르의 교도소에 수감된 이민자를 데려올 수 있도록 부켈레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배석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답변을 넘겼다. 이에 본디 장관은 "지난 2019년 법원 2곳에서 해당 이민자에 대해 갱단 멤버이며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결은 엘살바도르가 그를 송환하고 싶다면 미국이 그것을 도우라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비행기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를 돌려보낼지 여부는 엘살바도르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디 장관이 답변을 마치자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해당 이민자를 미국으로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질문이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내가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느냐.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엘살바도르에 범죄자를 추방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미국 시민이나 완전히 미국으로 귀화한 사람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만약 그들이 야구 방망이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때린다면, 만약 그들이 브루클린에서처럼 87세 노인을 강간한다면"이라고 가정한 뒤 "그렇다"라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국제 마약 밀매·폭력 집단인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을 추방했는데, 이른바 '교도소 아웃소싱'에 의해 대부분 엘살바도르 세코트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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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무관용' 원칙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세코트에 수감시켰으나, 무고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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