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지하철 아침 깨우는 환경미화원들
14일 오전 8시 20분 서울 삼각지역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거나 핸드폰을 보며 열차를 기다리던 출근길 승객들 사이로 지하철 미화원 김모씨(53)가 분주하게 승강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한 손에는 대걸레, 다른 손에는 회색 걸레를 든 채 바닥을 닦는 그의 이마에 어느덧 구슬땀이 맺혔다. 대걸레로 승강장 바닥을 청소하고, 찌든 때가 발견되면 쭈그리고 앉아 회색 걸레로 지웠다.
삼각지역 미화원들의 하루는 다른 직장인보다 이른 오전 6시 15분에 시작된다. 찌든 때는 박박 문지르고 쓰레기통은 쉬지 않고 비운다. 바닥부터 난간, 화장실 등 역사 곳곳 이들의 손이 안 닿는 데가 없다.
이날도 4명의 미화원은 출근하자마자 분홍색 걸레와 녹색 걸레를 양손에 들고 개찰구, 난간으로 흩어졌다. 녹색 걸레는 난간, 개찰구 등 승객들의 손이 닿는 곳을 일차적으로 닦는 데 쓰인다. 이후 분홍색 걸레에 소독액을 묻혀 소독 작업을 진행한다. 22년 차 베테랑 미화원 권미향씨(64)는 "난간, 개찰구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등 승객들의 손이 닿는 모든 곳은 다 닦는다"며 "역사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을 청소한다"고 말했다.
미화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보다도 승객들의 안전이다. 청소 중간중간 출입구로 나가서 비가 내리는지도 확인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비가 내려 출입구 쪽에 물기가 생기면 미끄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가 내리면 곧바로 바닥 물기를 제거한 뒤 깔판을 깐다"고 했다.
권씨 역시 "청소 업무 자체도 중요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출근길에는 급하게 뛰어가는 승객도 많아서 미화원과 부딪힐 때도 있고, 바닥 물기 때문에 미끄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출근 수요가 가장 많을 때는 물청소를 안 하고, 오전 10시부터 물 마포질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출근 시간에는 청소할 때도 주변을 잘 살피면서 승객들을 피해 다니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화장실 청결 유지는 삼각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삼각지역은 2호선과 6호선이 지나가는 큰 역이지만 화장실은 한 곳뿐이다. 미화원 현미애씨(65)는 "여러 승객이 화장실 한 곳만 이용하다 보니 변기가 막히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며 "특히 물이 넘쳐흐를 때는 화장실 전체를 청소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속옷도 발견되고 배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 바닥이 더러워질 때도 많다"며 "10년 넘게 미화원으로 일했지만, 화장실 청소가 제일 품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화원들은 역사를 오가면서 수시로 쓰레기통을 확인했다. 특히 음료 쓰레기통은 음료를 비우기만 하면 내부에서 찌꺼기가 썩을 수 있어 별도의 세척 과정도 거친다. 현씨는 "아직은 여름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여름이 되면 음료 쓰레기통을 더 자주 비워야 해서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역사 안을 쉬지 않고 걸으면서 청결 상태를 확인하면 땀이 안 날 수가 없다"고 했다.
미화원들은 서로를 '주임'이라고 부른다. 권씨는 "예전에 비해 미화원 대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하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아직도 '아줌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고, 분실물이 발생했을 때 의심을 받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씨는 "청소를 하면서 역사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고 승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출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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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화원들은 1차 업무는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잠시 마무리됐다. 이 시간에 미화원들은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식사를 한다. 짧은 식사가 끝나면 다시 오후 3시15분까지 역사 내부 곳곳을 오가며 청소를 반복한다. 시민들의 출근길이 무수히 재탄생한 이후에야 미화원들에게 휴식이 허락되는 셈이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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