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구글·오픈AI가 선두
불붙은 AI 군비 경쟁…학습비용 순증세
메타, 라마3.1 학습에 2498억원 태워
2025년 새롭게 공개된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공지능(AI) 모델 생태계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산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이전 보고서에서 '0개국'에 포함됐던 굴욕을 맛본 지 1년 만에 일부 설욕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민간을 중심으로 활발한 AI 군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에선 되레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가 7일(현지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서 한국이 1개를 차지했다. 이전 2024년 보고서에서 0개를 기록한 이후 1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 모델은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는 구글과 오픈AI가 지난해 각각 7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내놓았고, 중국 알리바바가 6개, 애플·메타·엔비디아가 각각 4개로 뒤를 이었다. 미국계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국가별 쏠림도 강해졌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40개였으며 중국은 15개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3개이며, 캐나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한국과 동일하게 각 1개 모델을 출시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82B'가 주요 AI 모델별 투입 비용 부분에서 글로벌 AI 모델들과 함께 언급된 부분이다. 작년 하이퍼클로바 82B가 '하이퍼클로바X' 등과 함께 이번 보고서의 원자료를 제공하는 미국 연구 단체 에포크AI(EPOCH AI)로부터 초거대 AI 모델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제작년과 마찬가지로 AI 모델 학습비용의 순증세는 작년까지 이어졌다. 일례로 메타가 2024년 공개한 AI 언어모델 '라마3.1-405B'를 학습시키는 데는 약 1억7000만달러(약 2498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내놓은 '라지'에는 4100만달러, 일론 머스크의 xAI가 출시한 '그록-2' 에는 1억700만달러를 투입했다.
보고서는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학습 방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계산 자원 비용을 추산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전 보고서에서 밝혔듯 AI 모델의 학습 비용과 계산 자원 요구량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며 "연산 요구량이 클수록 학습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정에서 한국의 AI 투자 규모는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AI 투자 규모에서 한국의 투자는 13억3000만달러로 전년(13억9000만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조사 대상 투자 규모 순위에서도 9번째에서 11번째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는 전년(672억달러)보다 63% 늘었고, 중국(72억6000만달러)은 28%가 늘면서 두 국가의 격차는 전년 9배에서 더 증가했다. 지난해 AI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는 미국이 1099억8000만달러(161조8000억원)로 중국(92억9000만달러)의 10배를 넘었다.
AI 인재 유출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2022년 세 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은 국가로 꼽혔으나, 2023년에는 이스라엘, 인도, 헝가리, 튀르키예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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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은 특허 건수에서는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별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승인 건수는 한국이 17.27로 룩셈부르크 (15.31), 중국(6.31), 미국(5.20)보다 앞섰다. 한국은 2022년에도 10.26로 가장 높았던 바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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