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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퓨리오사와 홈플러스, 씁쓸하고 이상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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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퓨리오사와 홈플러스, 씁쓸하고 이상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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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다. 탄탄한 제조업 덕분이다. 하지만 금융업, 특히 자본시장 실력은 뒤처졌다. 지난 두 달 사이 퓨리오사AI와 홈플러스가 자본 시장 민낯을 보여줬다.


씁쓸하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리벨리온과 함께 국내 양대 산맥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메타가 전 세계 AI 반도체 팹리스를 모두 찾아다닌 끝에 퓨리오사를 낙점했다. 고심 끝에 퓨리오사는 ‘1조2000억원에 팔라’는 메타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했다.

메타가 퓨리오사를 가져갔다면, 국내 AI 반도체 기술과 인력 절반이 미국으로 갈 뻔했다. 상상만 해도 씁쓸한 일이다. 퓨리오사에 투자한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제대로 된 칩 생산에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국내 VC 열 곳을 모아야 간신히 2000억 투자할 수 있다.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상하다.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7조여원을 들여 사들인 홈플러스를 지난달 전격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맡겼다. 2015년에 살 때부터 고가 인수 논란이 있었다. 이후 PEF 업계에서는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가 예뻐 보이는 기업들 위주로, 조 단위 인수합병(M&A) 사례가 숱하게 등장했다.

MBK에 대한 수많은 질타에 손가락 하나를 더하진 않겠다. 다만 자본시장 한쪽에서는 국가 경쟁력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기업들이 수조원에 쉽게 거래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국가 기술과 인력 육성에 큰 도움이 되는 기업에 2000억원도 투입하기 힘들다는 게 이상할 뿐이다.


VC와 PEF에 출자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 이상한 점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VC는 태생이 모험자본이다. 매출 한 푼 없는 기업에도 소수 지분 투자를 한다. 한 펀드에 담은 10개 기업 중 9개가 망해도, 1개가 대박 나면 된다. 대부분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의 ‘모태펀드’를 따낸 VC들이, 다른 출자자들의 돈을 추가로 받아 새 펀드를 구성한다. 모태펀드 자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VC 펀드는 커봐야 3000억~5000억원을 넘지 못한다. 퓨리오사가 국내에서 1조원 투자유치를 못 하는 이유다.

반면 MBK 같은 기관전문형 PEF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연기금 출자자들로부터 수천억 단위 돈을 받는다. 연기금 특성상 안정적 수익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PEF가 또박또박 돈이 들어오는 기업(에비타가 예쁜 기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조 단위 펀드 결성이 흔해졌다. 자연스레 조 단위 M&A도 많아졌다.


이렇게 보면 퓨리오사와 홈플러스 건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전히 씁쓸하다.

국내에 등장한 지 40년이 다 돼가는 VC들이 중간에 PEF로 분사하는 대신 덩치를 더 키웠더라면. 지난 몇 년 사이 수천억원 규모로 쪼그라든 모태펀드가 조 단위 이상으로 커졌더라면. 코스닥시장 상장이 더 활성화돼 시리즈B 이상 유니콘 기업 투자나 세컨더리 시장이 확대됐더라면. 정책 금융이나 연기금 등에서 PEF 대신 VC 산업 육성에 관심을 더 가졌더라면. PEF도 구태의연한 ‘에비타 플레이’ 대신 창의적인 밸류에이션 논리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투자에 관심을 더 가졌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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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더라면’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자본시장 정책의 세밀함이 있었더라면.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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