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보고서 "기술이전 등 요구는 불공정"
실제론 절충교역 획득가치 5년간 감소세
미국 정부가 한국의 무역장벽으로 국방 분야의 ‘절충교역’을 처음 지적하고 나섰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 용역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 정부는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계약 가치가 1000만 달러(약 147억원)를 초과할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USTR이 제기한 내용에는 구체적인 사례는 없지만, 미국 방산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절충교역 지침 탓에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무기를 수입할 때 이뤄지는 절충교역 가치가 최근 5년간 급감했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K-방산 절충교역의 최근 동향과 발전과제’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도입한 무기 수입액은 13조 6000억원에 달하는데 절충교역 획득 가치는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전체 무기 수입액의 7% 수준이다. 이전 5년(2011~2015년)의 절충교역 획득 가치가 10조 4509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방위사업청은 절충교역을 더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법 제 20조는 ‘국가안보·효율성 등을 해치는 경우 절충교역을 추진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개정했다. 실제 2023년 4조원 규모의 F-35 전투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절충교역을 추진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2018년 절충교역을 ‘산업협력’으로 바꿔 부르고, 2021년 이후 산업협력 쿼터제를 도입해 수입산 무기의 부품 공동개발·생산 확대를 추진해 왔다. 방사청이 절충교역을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은 판매국에 요구할 기술 품목 선정도 힘들고, 기술의 평가 가치도 차이가 나 전체 사업 일정만 늦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 절충교역 이행률은 낮다. 공군은 공중급유기(KC-X) 사업을 통해 2018년 11월부터 A330 MRTT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했다. 당시 공중급유기를 납품한 에어버스는 절충교역으로 6억 6260만 달러(기술이전 8430만달러, 중소기업 수출 5억 3630만달러, 군수지원 630만달러)를 우리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기술이전 이행률은 92.6%, 중소기업 수출은 10%, 군수지원은 1%에 불과하다. 에어버스는 지난해까지 절충교역을 이행해야 했지만, 이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도 마찬가지다. 우리 공군은 7조77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18년 3월 1호기를 시작으로 총 40대의 F-35A를 도입했다. 이 계약을 통해 록히드마틴은 절충교역으로 군사통신위성(21억달러), KF-X 기술이전(14억 달러), 중소기업 수출(3억 달러)을 우리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 측은 레이더 등 핵심 기술 4개의 이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중소기업 수출 이행률도 23.4%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중소기업 73개 사의 246개 품목을 록히드마틴에 추천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건 12개 사 30개 품목에 그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절충교역 의무화 조항이 없어지면 산업협력 쿼터제 도입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절충교역이 위축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K-방산을 도약시키는 데 이로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 부처에 걸쳐 통합 절충교역 협상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 간 사전 체결한 사업협력 실적을 활용해 추후 절충교역의 거래 조건으로 활용하는 사전가치축적 제도를 활성화해 활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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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도 K-방산 절충교역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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